졸업과 입학
바야흐로 졸업과 입학 시즌이 도래했다. 고사리 손을 부여잡고 초등학교로 향하는 부모들의 종종걸음부터 상아탑을 떠나 정글의 사회로 진입하는 다소 무거운 발걸음까지 2-3월은 많은 이들의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휩싸인다. 과거 밤을 새며 졸업과 입학의 다짐을 글로 적으며 도전을 꿈꾸었던 때와는 달리 요즘엔 인터넷으로 자신의 감정조차 답을 구하는 시대가 됐다. 또 졸업·입학 선물 역시 부모나 친지의 마음이 담긴 소소함보다는 현금이나 고가의 명품을 주고받는 것으로 변화됐다.
반면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몇 년 전까지 사회적 이슈가 됐던 밀가루 투척, 단체 기합, 교내 기물 파괴, 교복 찢기 및 알몸 등의 막장 졸업식은 점차 사라지고, 타임캡슐 전시나 축하 공연, 부모님에게 편지쓰기, 봉사활동 등 보다 발전적 풍경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졸업·입학 시기의 외형적 긍·부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관통하는 마음가짐이 있다. 바로 `열정`이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가 이룬 것만큼, 이루지 못한 것도 자랑스럽다" "항상 배고프게 갈망하고 끝없이 배워라" 등으로 열정을 강조했고, "지도자와 추종자를 구분 짓는 기준"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열정은 장애우 학생들의 성취와 도전을 이끌어 내고, 이른바 문제아들의 새로운 출발을 견인하며, 만학의 성공을 가능케 한다. 또 85세의 할머니가 매일 왕복 3시간의 등·하굣길을 개근, 중학교를 졸업하는 등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꿈을 가꾸게 한다.
하지만 `열정`이 가득함에도 취업을 하지 못해 졸업을 기쁘게 맞는 졸업생이 드문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졸업생 5명 중 3명이 졸업식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어느 설문 조사 결과는 그래서 더욱 버겁게 다가온다.
박노해 시인의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로 시작되는 시(詩) `너의 하늘을 보아`로 번민과 고통의 시간을 견뎌 보기를. 또 새로운 출발선에 놓인 수많은 입학생과 졸업생의 앞날에 도전과 열정, 성취와 축복이 깃들기를 바란다.
우세영 기자 sy6262@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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