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히스테리·유언비어·권위 복종 등 사회심리학 다양한 실험·사례로 규명

 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 실뱅 들루베 지음·문신원 옮김·지식채널·224쪽·1만3000원
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 실뱅 들루베 지음·문신원 옮김·지식채널·224쪽·1만3000원
칠판 왼쪽에 '표준선'이 있고 오른쪽엔 선분 A, B, C가 있다. 한 심리학 교수가 묻는다. "선분 A, B, C 중 왼쪽의 표준선과 길이가 같은 것은 무엇인가?"

이때 답은 누가 봐도 C인데 모든 사람들이 태연히 A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하겠는가? C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좇아 A라고 대답하겠는가?

앞의 사례는 심리학자 솔로몬 아시(Solomon Asch)의 실험내용이다. 그는 사람들이 타인의 대다수가 틀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거나 자율성,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견과 상관없이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지 알아보려 했다. 실험 결과 실험 공모자(실험자인 교수와 짜고 일부러 틀린 답을 말한 사람들)와 참가자들이 공개적으로 답변할 때 아시가 얻은 오답의 확률은 32%나 됐다. 이는 사회적으로 소외되지 않기 위한 '규범적 영향'과 타인의 의견에서 내가 모르는 정보를 얻기 위한 '정보적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의견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인지라 인식, 사고, 행동체계에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 물론 개인이나 문화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다수가 믿는 바를 믿는다. '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 사람의 인식, 사고,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하는 사회심리학 실험들을 풀어 설명한다. 공동체내의 규범, 집단 히스테리, 유언비어, 체제 순응, 인지부조화, 권위에 대한 복종, 방관자 효과, 이타주의 등 '합리적 인간', '이성적 인간'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인간의 모순적, 비합리적 행동을 밝히는 여러 가지 실험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설명한다.

권력에의 무조건적인 복종과 의존을 규명한 실험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피험자에게 선생님 역할을, 공모자에게 학생 역할을 맡긴다. 학생 역할을 맡은 사람은 주어진 단어를 암기하고 대답한다. 학생이 답을 잘못 말하면 선생님 역할을 맡은 사람, 즉 피험자는 학생에게 전기적 충격을 가해야 했고 전기적 충격은 가벼운 수준에서 시작해 450볼트에까지 이르렀다. 공모자가 일부러 계속 답을 틀린 척하면 실험자는 피험자에게 전기적 충격을 올리라고 지시했다. 공모자가 '고통스러운 척'하는데도 피험자의 62.5%가 끝까지 명령에 복종했고, 그중 3분의 1정도가 450볼트까지 충격을 가했다. 이 실험을 진행한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실험 후 피험자와 면담을 하면서 이들이 전기 충격의 책임을 지시를 내린 실험자나 문제를 못 맞힌 학생에게 돌린다는 것을 알아냈다. 자율성과 책임감이 결여된 사고와 행동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이 실험을 통해 또 한 번 입증됐다.

여론과 다수결로 굴러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심리학이 밝혀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본격적인' 사회심리학 서적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례와 실험들이 쉽게 설명되어 있어 편하게 읽기 좋다.

최정 기자 journalcj@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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