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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은 설명 못하는 '진짜 진화'의 비밀

2013-02-15기사 편집 2013-02-14 21: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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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진리' 진화론 등 조목조목 반박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소통하며 발전

첨부사진1우리 그리고 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것들 베르너 지퍼 지음·안미라 옮김·소담·344쪽·1만5000원
지구가 탄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를 24시간이라고 놓고 봤을 때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7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7분 동안 인간은 지구상 곳곳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마천루 숲을 건설했고, 끝내는 강력한 중력을 뿌리치고 달나라를 여행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만약 이 세상이 어떤 조물주에 의해 창조된 것이라면 조물주의 극찬을 받아도 모자라지 않을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같은 획기적인 과학기술의 발달과는 별개로 인간의 내면은 더욱더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들이 매일 언론지상을 채우고 있고, 급기야는 인간사회의 기본상식이 곳곳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인간이라는 종족이란 도대체 무언가?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진실에 다가서는가 더 멀어지는가?

독일의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뇌과학자인 베르너 지퍼의 '우리 그리고 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것들'이라는 책을 통해 이러한 의문에 답을 찾고 있다. 인간에 대한 수없이 많은 의문의 도돌이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현대인들에게 그는 인간이란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타인을 통해 비로소 인간이 재탄생하며, 결국 우리의 지속적인 행복은 '우리'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베르너 지퍼가 던진 핵심명제는 바로 '사회성'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인간의 내면을 차분히 관조하는 대신 다른 생물들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류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그동안 인간에 대한 탐구를 수행해온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철학과 심리학, 사회학 등 각종 영역을 넘나들며 분석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이론은 바로 다윈의 진화론. 다윈의 진화론 이래로 인간은 우월한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왔다는 이론을 굳건히 해왔다. 진화론의 토대 위에 세워진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따르면 유전자는 번식만을 고유의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난공불락의 완벽한 이론으로 자리매김했던 이 이론도 아주 단순한 의문에도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유전자에서 비롯되고, 인간의 목적이 뛰어난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라면 도대체 번식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동성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진화론자들처럼 동성애를 매우 예외적이고 규칙에 위배되는 현상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러한 잘못된(?) 동성애가 수세기를 걸치는 동안에도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진화론의 주장처럼 인간은 적자생존의 과정을 통해 세대를 거듭할수록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동성애는 비단 인간에게서만 발견되는 변태적이고 특수한 예외사항이 아니다. 동성애는 현재 척추동물 중 300개 이상의 종에서 발견됐으며, 파충류와 조류뿐 아니라 기린, 코끼리, 돌고래, 고래, 양, 원숭이 등과 같은 포유류에게서도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수많은 사례를 모두 예외로 한다면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예외뿐인 이론이 되고 만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베르너 지퍼는 이러한 해답을 내놓는다. 인간에게서 성교란 번식 이상의 생물학적 행위로, 사회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이다. 성교 자체가 서로간의 유대감을 증진시켜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주장인데, 이러한 가정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동성애 또한 일반적인 짝짓기의 한 형태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전략인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저자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보노보와 침팬지와의 차이점을 통해서도 인간만이 갖는 사회적 측면을 설명하고 있다. 인간과 보노보, 침팬지 3형제의 유전적 동질성은 98.73%에 달한다. 100개의 염기쌍 중 평균 1.27개의 염기쌍만 다른 DNA를 가졌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유전적으로 거의 동질한 3형제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 진화론자는 다른 두 형제의 세배에 달하는 인간의 뇌용량에 초점을 맞춰 인간이 이 덕분에 다른 동물에 비해 크게 진화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과연 그러한가? 저자는 그것이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그 근거로 적의 뇌의 용량으로도 충분한 먹이와 편안한 잠자리를 찾아내는 침팬지와 개, 고양이, 비둘기, 벌들에게서 찾고 있다.

베르너 지퍼는 여기서 더 나아가 미국 정신과 의사인 레슬리 브라더스의 '사회적 뇌'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사회적 뇌 개념에 따르면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공존하는 과정에서 크게 진화했다. 인간의 두뇌가 커진 것은 공동체 내 복잡한 인간관계를 성공적으로 해나가기 위한 능력을 갖춰야 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이는 곧 '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개념이 인간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저자는 지루하고도 난해한 연구과정을 통해 절대 진리로 이해됐던 진화론과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부정하고 우리로서의 인간을 새롭고도 성공적으로 해석해낸다. 결과적으로 말해 저자가 강조하고자 한 말은 '인간이란 태어나면서부터 공동체적 존재이며 공동체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학습하면서 비로소 인간으로 완성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인류에게 이기주의의 합리화에서 벗어나 공감과 통섭의 지혜에 눈을 떠야한다고 강조한다. 인류에게 앞으로 주어진 시간을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헐뜯는데 허비할 것이 아니라 서로 공감하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을 주문한다.

사실 이러한 종류의 책을 올바로 끝까지 읽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영역과 영역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인간에 대한 정의'로 가는 길은 고단하고 혼란스럽다.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쌓아온 '인간'에 대한 나 나름대로의 정의가 얼마나 가소로운 것이었는지를 깨닫는 과정도 견디기 힘들다. 그러나 중간 중간 '내가 언제부터 인간이라는 존재에 의문을 가졌던가'하며 던져버리고 싶은 욕구를 겨우 참아내고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손에 쥔 순간 인간과 인생의 본질에 보다 다가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리라.

김대영 기자 ryuchoha@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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