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최종편집일 : 2017-12-16 23:55

인간의 비극은 오만·자만에서 오는 것

2013-02-15기사 편집 2013-02-14 21:29:45

대전일보 > 라이프 > 맛있는책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삶의 길목에서 만난 신화 김융희 지음 서해문집·304쪽·1만4900원

첨부사진1
신화 속 신들의 모습은 신성하고 경외롭다. 하늘을 날거나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거나 상상 이상의 능력을 펼친다. 그에 비해 인간은 훨씬 나약하고, 무능하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엇갈리고, 방황하고, 실수하고, 고뇌한다. 그 고통은 인생의 갈림길 혹은 낭떠러지를 만나면 더 커진다.

'삶의 길목에서 만난 신화'의 저자 김융희는 "눈에 보이는 것, 겉으로 드러난 것들이 우리에게 더 이상 표지가 되지 못할 때, 당연해 보이던 것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할 때 신화가 진면목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책 제목 그대로 구부정한 '삶의 길목에서' 오래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길을 찾는 힌트가 들려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화의 '인간적인' 모습을 파헤쳤다. 고고하고 숭고하기만한 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를바 없는 면모를 들추어 신화를 친근하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삶의 길목에서 만난 신화'가 던지는 충고와 경고가 거부감없이 들리는 것도 이 덕분이다.

저자는 옛날 중국의 창조신화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별볼일 없는 존재'인지를 각인시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국의 창조신화에 따르면 인간은 '반고'라는 거인의 몸속에 빌붙어 살던 벼룩이었다. 산과 들은 거인의 몸, 강과 바다는 거인의 피였다. 그는 하늘과 땅이 뒤섞이지 않게 1만5000년 동안 버텼지만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그의 몸에서 두 눈은 해와 달이 되고, 땀방울은 별, 털은 초목, 그리고 몸에 숨어 살던 벼룩은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처럼 고작 거인의 몸에 살던 '벼룩'이던 인간이 다른 생명을 업신여기기 시작하면서 인간 세상에 재앙이 찾아왔다고 말한다.

그리스인들이 전하는 신화에서도 비극은 많다. 하나같이 인간이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이며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망각해서 벌어진 일들이다. 저자는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이야기를 시작으로 신화가 품고있는 운명적 질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의 바람대로 '혼돈 속에서 안개가 걷히고 보이지 않던 길이 환하게 드러나는데 도움'이 될 이야기들을 묶었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몸을 섞을 것이라는 신탁 때문에 버림받은 오이디푸스가 신탁을 피하기 위해 방황하지만 이제껏 아무도 풀지못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오만의 덫에 걸려 결국은 비극의 주인공이 된 이야기, 수 많은 고난을 뚫고 가장 힘이 센 자로 추앙받았지만 판의 계략에 넘어가 스스로 장작불에 몸을 던진 헤라클레스, 남편인 큐피드를 의심했다가 영영 사랑을 잃을 뻔한 프시케 등을 통해 신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다.

인간의 비극은 스스로의 오만과 자만에서 온다는 것. 다른 생명들의 존귀함을 무시하고 어울리지 못한 인간의 최후는 결국 비극일 뿐이다.

신화의 인간적인 '속살'이 삶의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은 독자에게 명쾌하고 확고한 해답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제법 푸근한 위로가 된다. 소크라테스가 남긴 경구로 더 많이 알려진 그리스의 신탁 '너 자신을 알라'를 깊이 새겨볼 일이다.

책은 이미 널리 알려진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쓰였기에 어렵지 않게 술술 읽혀진다. 신화속 괴물, 인간, 신들의 에피소드를 읽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하지만 단순히 신화 자체를 이야기 하는 책이 아닌 만큼 신화와 현실을 오가는 서술이 다소 어지럽고 동화와 연결시키는 부분이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점이 아쉽다.

최진실 기자 choitruth@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진실기자의 다른기사보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