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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숨막히는 추격전 비하인드 스토리엔

2013-02-15기사 편집 2013-02-14 21: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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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신작 - 베를린 ( 류승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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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최고의 기대작 베를린이 관객 503만7252명(12일 집계 기준)을 동원하며 이름 값을 톡톡히 하고있다. 설 연휴 극장가에서 '대세 류승룡 효과'와 감동을 앞세운 '7번방의 선물'에 밀려 다소 더딘 상승세를 타고있지만 연휴가 지난 평일에도 꾸준히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실망하긴 이르다.

영화 '베를린'은 한석규, 전지현, 류승범, 하정우를 앞세운 초호화 캐스팅과 류승완 감독의 액션물이라는 이유로 제작단계 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천만배우로 등극한 전지현과 쉬리 이후 14년만에 국정원 요원으로 다시 돌아온 한석규, 믿음가는 배우 하정우, 어떤 캐릭터도 맞춤으로 소화하는 류승범을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볼거리는 충분하다. 한마디로 '볼 것 있는 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베를린. 북한의 불법무기거래 현장을 쫓던 국정원 요원 정진성(한석규)은 北대사관 소속 표종성(하정우)의 존재를 알게되고 추적하지만 그는 '국적불명 정체불명'이다. 표종성은 '인민영웅' 칭호를 받는 北의 비밀요원. 평양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던 그는 어느날 동명수(류승범)를 통해 자신의 아내 연정희(전지현)가 스파이로 오해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내의 누명을 벗기려 나름 고군분투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음모의 소용돌이는 커져가고 모든게 동명수가 베를린을 장악하기 위해 꾸며진 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많은 것을 잃은 후다.

국제적 음모와 꼬리를 무는 배신 그리고 추격이 이어지는 '베를린'은 조금 어려운 영화다. 북한이라는, 엄연히 존재하는 곳에서 소재를 뽑아낸 만큼 완전히 픽션일 수 없을 뿐더러 여러 시사적인 요소가 맞물려 있다.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에게 넘어 가야할 비자금이나,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와 같은 소스들이 뒤섞여 이야기 전개가 복잡하다. 여러 나라의 정보기관과 요원들이 등장하는 만큼 다소 낯선 단어들이 귀에 들어오지만 굳이 영화를 현실 정치와 하나하나 연관시킬 이유가 없는 관객이라면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길 권한다. 대충 알고있는 정보만 가지고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영화는 초반부터 빠르게 몰아친다. 표종성과 정진성은 첫 만남부터 거친 추격전을 펼치고 머리에 총을 겨눈다. 그들이 보이는 액션은 정두홍 무술감독의 말대로 '첩보요원식 액션'이다. 날카롭고 정확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영화는 초반부터 거칠지만 액션에 익숙지 않은 여성 관객들이 보기에도 큰 거부감은 없을 것 같다. 표종성 역에 제대로 녹아든 하정우의 박력있는 연기와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상의 탈의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만배우 전지현은 '도둑들'과 전혀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 잡는다. 시종일관 우울한 표정조차 아름다울 정도. 통역관이라는 역할답게 전지현의 평양 고급 사투리는 현지인이 인정할 정도로 완벽하다. 통통 튀고 솔직한 '예니콜'이 그녀의 전성기 '엽기적인 그녀'를 떠올리게 한다면, 베를린의 연정희는 신인시절 출연한 드라마 '해피투게더'속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녀의 낮고 단조로운 음색과 힘없는 눈빛은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액션이 지겹지 않게 숨고르는 시간을 주는 느낌이다. 국정원 요원역의 한석규도 여전히 멋지다. 1998년(쉬리 개봉) 보다 변한 것이 있다면 세월의 여유를 담고 조금 건들 건들해 졌다는 것. 영화 '쉬리'에서 사랑하던 연인이 북한의 저격수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슬프게 흔들리던 그 눈빛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영화 말미 정진성의 씁쓸하고 자조 섞인 눈빛에 오래도록 마음이 먹먹할 것이다. 영화 내내 속내를 숨긴 채 비열하게 웃는 동명수는 딱 류승범 그 자체다. 어떤 역할을 맡든 캐릭터를 '류승범화' 시키는 능력을 이번 영화에서도 십분 발휘했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람을 발 밑에 두고 천연덕스럽게 코를 푸는 연기는 류승범이 아닌 다른 배우는 상상도할 수 없을 정도다. 영화는 확실한 마무리 없이 끝난다. 극장을 나서는 사람들 대부분 속편을 기대 하겠지만 감독의 대답은 아이러니 하게도 "NO"다. 속편 없이 끝낸 내용이라니 다소 무책임해 보이지만, 그런 아쉬움만 뺀다면 베를린은 소문대로 올해의 기대작 답다. 개성강한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와 속 시원한 액션을 보는 것만으로 극장을 찾은 정성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최진실 기자 choitruth@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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