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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한국 사회적 자본 현주소

2013-02-15기사 편집 2013-02-14 21: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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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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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시가 벌이고 있는 사업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확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대전시 사회적 자본 확충 사업의 시급성은 한국 사회적 자본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한국 사회적 자본 현황을 국가 간 비교·대조를 통해 살펴보자. 우선 한국사회의 사회적 자본 관련 지수는 경제력에 비해 대단히 낮은 편이다. 한 사회의 사회적 자본 수준은 시민들의 동료시민들에 대한 우호적 감정(대인신뢰)과 자원결사체 참여 정도를 통해 측정된다. 사회적 자본 지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 일반대인 신뢰지수 (generalized interpersonal trust)이다. 일반대인 신뢰지수는 시민동료들 사이에 얼마나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측정하고, 따라서 시민들이 협력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를 엿보게 한다. 세계가치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대인(對人) 신뢰지수는 1982년에는 36%이었으나 90년에 33.6%, 96년 30.3%, 그리고 2001년에 27.3%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2008년 조사에서 29.8%로 소폭 상승하였다. 34개 OECD 국가들 중에서 27위 수준이다.

사회적 자본의 다른 측면을 나타내는 자원결사체 참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세계가치조사에 따르면 1982년에 자원결사체 참여지수는 1.47이었으나 90년에 1.58, 96년 1.69, 2001년 1.78, 그리고 2008년에 2.03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왔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인들이 공익단체에 개입하고 참여하는 활동수준은 북유럽 국가들(평균 4.2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인신뢰와 자원결사체 수준은 정부와 국가제도에 대한 신뢰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법 집행의 공정성을 나타내는 부패지수는 정부와 국가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수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2012년 국제투명성기구에 의하면 한국의 부패지수는 56으로 세계 176개 국가들 중에서 45위를 차지하였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는 41% 수준으로 현재 34개 OECD국가들 중에서 32위에 머물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대단히 불신을 받고 있다. 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법부, 국회, 행정부, 정당 등 모든 국가기관들의 신뢰 수준이 1982년 조사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회자본 관련 측정지수들, 즉 대인 신뢰, 자원결사체 참여 수준, 그리고 정부신뢰가 한국 경제력에 비해 이렇게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화 이행 이후 사회적 갈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갈등지수는 0.94로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다. 갈등지수가 확대되어 온 이유는 한국이 민주주의로 이행된 이후 민주주의의 질(5.47)과 거버넌스의 질(0.73)을 빠르게 고양 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의 불평등이 급속히 악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사회적 자본을 자랑하는 국가들은 북유럽 국가들, 즉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이다. 이들 국가들은 정부의 공정성과 투명성, 민주주의의 질, 부의 평등 수준, 그리고 거버넌스의 질 등에서 34개 OECD 국가들 중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러한 정치사회적 요소들이 밑바탕이 되어 정부와 국가제도에 대한 높은 신뢰를 성취하였으며, 다시 높은 정부신뢰에 기초하여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이 부러워하는 풍부한 사회적 자본을 가지게 되었다.

만약 우리 사회가 현재의 사회적 자본 상태를 방치한다면 지속발전 가능한 사회로부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현재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여 '북유럽 사회경로'로 진입할 것인지, 아니면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과 같이 지속발전 가능한 사회로부터 이탈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지점에 서 있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해서 정부가 나서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고 보여진다. 1960-80년대에 '따라잡기 경제(catch-up economy)'를 한 것처럼, 이번에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나서서 '따라잡기 사회(catch-up society)'를 해야 한다. 대전시의 사회적 자본 확충 전략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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