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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광장] 다음 명절이 안 기다려지는 이유

2013-02-15기사 편집 2013-02-14 21: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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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청주주재 부국장 tjkhk@daejonilbo.com

지난해 추석과 이번 설은 가족친지·친구끼리 유난히 할 말이 많았던 명절이었던 것 같다. 추석에는 오로지 18대 대통령선거라는 단일 주제로 연휴기간 내내 침을 튀겨가며 입씨름을 벌였다면 올 설날에는 갈수록 가벼워지는 장바구니와 암울한 서민경제가 주된 이슈였다.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주요 논제였지만 서민경제에 대한 탄식을 입막음하지는 못했다. 아줌마에게서나 듣던 "물가가 너무 올라서 못살겠다"는 입버릇이 아저씨에게서도 심심찮게 터진다면 보통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과일·채소가격은 물론 평소 주목하지 않았던 감자가 서너 개에 5000원이라는 가격표는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하고도 남는다.

장바구니 물가 이야기는 곧바로 부동산과 학비문제로 넘어간다. 설날이라는 절기가 봄철 이사철과 결혼시즌, 신학기를 목전에 둬 자연스런 화제다.

설을 쇠기 위해 수도권에서 고향에 온 어느 60대 중반의 아버지는 마흔 줄을 바라보는 자식을 결혼시키지 못해 가슴을 쳤다. 신부감은 있는데 터무니 없는 전세돈을 보전해줄 길이 막막해 결혼을 승낙할 수 없는 속사정을 어렵사리 털어놨다.

지난해 말부터 우려됐던 전세대란이 닥쳐 서민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1월 현재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이 55%를 넘어섰다. 전국 아파트 전세 시가총액도 한 달 만에 3조 원 이상 늘어났다는 보도다. 요즘 전세가율은 2002년 12월 55.5%를 기록한 이후 11년만에 55%를 처음 넘어섰고 2009년 1월 38.2%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치가 없어 집을 사지 않고 임대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전세가율이 고공행진하는 것이다. 세종시와 연접한 대전·청주·천안·아산시의 전셋값도 덩달아 상승해 이들 지역은 전국 전세가 평균 상승폭인 0.2%를 4-8배나 웃돌았다.

전세가의 상승으로 대학생을 둔 부모는 하숙·원룸·고시원을 구하느라 속이 타들어간다. 대학 기숙사가 넉넉하면 방을 구하는 수고를 덜겠지만 입사는 하늘의 별 따기다. 대학생 10명 중 1-2명만이 기숙사 혜택을 본다. 반값 등록금도 중요하지만 기숙사 확충이 시급하다는 절규가 절로 나온다.

수도권의 하숙비는 방 하나에 2인 기준 각각 40만-50만원선이다. 그나마 기존 주택가가 아파트촌으로 변해 하숙을 치는 집은 많지 않고 있더라도 달동네처럼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하숙이 여의치 않아 원룸이나 고시원, 고시텔을 알아보지만 현장을 보고 가격 협상에 들어가면 당장 발길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자취 단칸방은 보증금에 따라 월 30만-60만 원까지 하고 고시원과 고시텔은 비용을 떠나 닭장이 아닌지 의구심을 들 정도로 비좁고 주변이 어수선하다.

서울YMCA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 자취 및 하숙을 하는 대학생의 52%가 주택법이 정한 최소 주거면적 기준(14㎡) 이하의 비좁은 공간에서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시원에 사는 학생의 96%, 하숙생의 72%가 '쪽방'생활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파트 전세는 일시에 억대의 비용을 지불해 엄두를 못내지만 면적 대비 임대료로 따지면 하숙이나 원룸·고시원 등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학가에 남은 취업준비생과 졸업생에다 단기간의 값싼 집을 찾아 대학가를 찾는 직장인이 가세해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은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에 주거난까지 3중고를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들이 졸업을 하고 직장을 얻어 결혼하기까지는 지난한 세월을 견뎌야 한다.

정부가 전세대금대출과 기숙사 확충에 나섰다고 하지만 이자가 만만치 않고 아직 피부로 느낄 수 없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의 둔감한 서민경제 정책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현행 6단계에서 3-5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에서도 알 수 있다.

지식경제부가 국회에 보고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방안'을 보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정의 요금부담은 현재보다 감소하고 적게 사용하는 집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서민을 봉으로 아는 정책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틀에 박힌 물가안정 정책도 이제는 한계에 부딪힌 듯하다. 글로벌 경제의 난기류에 편승해 정부가 전반적인 경제정책의 책무로부터 면책특권을 받으려는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시절 서민 주거안정이나 하우스푸어 정책 등 서민주거복지 실현을 강조했다. 그동안 해왔던 프로그램을 이어받는 게 아닌 박근혜식 서민주거정책이 반드시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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