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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레슬링계 IOC 결정 계기 각성해야

2013-02-15기사 편집 2013-02-14 21: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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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섭 교육문화부 hds32@daejonilbo.com

지난 12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년 올림픽 25개 핵심종목에서 레슬링을 제외시켰다. 그동안 올림픽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려온 레슬링 꿈나무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였다.

2020년이면 현재 중·고등학생 신분의 선수들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시기다. 지역에서 레슬링 선수로 활동 하고있는 한 학생은 "그날 밤 소식을 듣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전 레슬링협회에서도 선수들에게 일일이 상황을 설명하느라 한동안 진땀을 뺐다.

레슬링은 고대 올림픽에서도 5종 경기로 치러진 역사가 있고 근대 올림픽에서도 1회 대회 때부터 자리를 지켜온 중심 종목이었다. 레슬링의 위상은 세부종목 개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레슬링은 총 18명의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이는 기본종목으로 꼽히는 육상(47개), 수영(34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숫자다. 이처럼 올림픽의 중심에 놓여있는 레슬링이 올림픽 핵심종목에서 빠지게 된 데에는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각종 정치적인 비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많다.

레슬링은 심판 판정이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스포츠다. 때문에 그동안 국제 무대에서 가장 구설수에 많이 오르는 종목 중 하나였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정지현과 최규진이 각각 아제르바이잔 선수에게 패하면서 메달획득에 실패했지만 실력보다도 심각한 편파판정이 메달획득이 불발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두 선수가 각각 패한 선수들의 출신이 한 석유재벌이 매년 국제레슬링연맹(FILA)에 약 60여억원 가량의 지원금을 대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이기 때문이다.

지역 레슬링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밖에도 선수를 출전시키는 각 나라에서 심판진들에게 내놓는 뇌물만 해도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 레슬링협회 이진걸 전무는 "런던 올림픽에서 희대의 오심사건으로 꼽혔던 유도 조준호가 받았던 판정이 레슬링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며 "승리한 것으로 판정된 경기가 몇 시간 뒤 비디오 판독으로 뒤집히는 경우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라파엘 마르티니티 FILA 회장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제공한 전용기를 타고 다니면서 이런 각종 비리의 중심에 서 있다. IOC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IOC의 이번 판정으로 레슬링이 올림픽 종목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대회 룰이나 세부종목 수를 줄이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레슬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적어도 FILA와 IOC 간의 힘싸움은 올림픽 꿈을 키우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적지않은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레슬링계가 전체적으로 각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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