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국가 이슈 관심 줄고 라면 등 매출 감소

북한의 3차 핵실험 소식이 전해졌지만 소비자의 동요는 없었다.

소비자의 생필품 사재기 심리가 북한의 도발보다는 기상이변 등 기후 재난에 더 민감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지역 대형마트 업계의 매출을 확인한 결과 이마트나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생필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하락했다. 앞서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던 지난 2006년과 2009년 물이나 라면, 통조림 등 비상식량이 불티나게 팔린 것과 대조적이다. 이마트 둔산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12일 하루동안 물과 라면, 휴지 등 생필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하락했다. 롯데마트 테크노벨리점과 홈플러스 동대전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형마트 업계는 북한 3차 핵실험이 소비자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명절 이후 생필품 수요가 떨어진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물과 라면 등 국가 비상사태에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는 품목의 매출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며 "오히려 소비자들이 명절 전 필요한 식품을 충분히 구입한 점이 반영돼 생필품 매출이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소비자의 생필품 사재기가 북한 관련 이슈보다는 기상이변 등 재난 상황에서 더욱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에도 생필품 사재기 현상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지난 여름 태풍이 연달아 한반도를 지나갔을 때는 사재기 현상이 뚜렷했다.

대전 태평동의 유모(31)씨는 "북핵실험으로 인해 전쟁의 위협을 느끼거나 생필품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았다"며 "오히려 지난 여름 태풍처럼 밖에 못나올 상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라면 등 생필품을 샀다"고 말했다.

이향원 대전주부교실 소비자국장은 "소비자들이 국가적 이슈에 동요하지 않는 것은 불경기로 인한 소비심리가 위축돼 국가적 이슈에 눈을 돌릴 겨를 조차 없기 때문"이라며 "지금 당장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미래의 일을 걱정할 여력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jinlee@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