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마다 진화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불이 나면 구급대원이 투입되기 일쑤라고 한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전문성마저 떨어지는 대체인력이 화재 진압에 나서다 보니 인명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어제도 경기도 포천에서 화재진압에 나선 구급대원이 잔불 정리 중 무너진 건물 벽에 깔려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고 한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인력부족을 거론하지만 그때뿐이다. 소방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된 후 중앙정부는 '지자체 업무'라는 이유로, 지자체는 예산부담을 들어 증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인력부족으로 더 이상 소방관들을 죽음의 문턱으로 더 이상 내몰아서는 안된다.

소방관 1인당 주민 수는 1208명이다. 일본은 820명, 홍콩은 816명이다. 열악한 환경에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최근 5년간 순직 소방관이 36명에 달한다. 공상자는 1600명에 이른다. 소방관 1만 명당 순직자 수를 의미하는 순직률은 2011년 기준 우리나라가 1.85명으로, 일본의 0.70명의 2.6배를 웃돈다. 직업 만족도는 당연히 최하위다. 임용 5년 내 20% 이상이 이직을 한다고 한다. 소방인력 증원이 발등의 불인데 직업 선호도가 이정도라면 곤란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앙 정부는 한발 물러나 있다. 단지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란 이유다. 지자체는 예산 부담을 이유로 중앙정부에 소방인력 증원을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고 있다. 소방 예산 중 중앙 정부 부담은 1.8%에 불과하다. 나머지 98%는 지방정부 몫이다. 인력이 늘면 늘수록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형 참사가 터질 때마다 번번이 말만 앞세운 꼴이 됐던 것이다. 이제 중앙 정부와 지자체간 '핑퐁식 게임'에 시간을 낭비해선 안된다.

새정부는 국민의 안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국민의 안전은 단순히 정부부처 명칭변경이나 선언만으론 불가능하다. 기구와 조직이 제대로 갖춰져야 하고, 적정한 인력이 확보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 현재의 소방인력으론 제대로 된 국민 안전망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민들도 소방대원의 목숨과 맞바꾼 것과 다름없는 안전을 원하지 않는다. 안전행정부 간판을 달기 전에 소방인력 증원을 위한 마스터 플랜 발표가 먼저다. 미적거리는 사이에 애꿎은 소방관은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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