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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앞니 빠진 중강새'들과의 행복

2013-02-13기사 편집 2013-02-12 20: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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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주 아산 북수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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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리 공주님, 왕자님!"

조가비 같은 두 손을 포개고, 살포시 숙이는 천진한 인사 속에서 하루해가 떠오른다. 학교 현장에서 맞는 2월은 한 학년을 마무리하고 떠남을 준비하며 새 학년 학사 일정을 준비한다는 '처음과 끝'이 공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2월 1일, 남다른 감회로 첫날의 문을 열게 되었다. 우선 손이 가는 곳은 그동안의 시간이 묻어 있는 교실 정리였다. 제자들의 얼굴과 활동이 담긴 앨범과 앙증스러운 두 손으로 만들었던 학습 소산물들의 먼지를 닦고 모았다. 그리고 제자들의 손때가 묻은 자료들을 슬며시 열어 보았다.

'쑹쑹! 시원한 물줄기 받아라!' '하늘 높이 종이비행기를 날려라!'

사진과 소산물을 통해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이 곁으로 찾아왔다가 하나둘씩 미끄러져 스쳐 지나간다.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고사리손들의 땀 내음이 묻어나고 '앞니 빠진 중강새'들의 순진한 함박웃음이 있다.

2002년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로 맞이한 1학년 담임으로 보낸 지난해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이었다. 3월 1일 부임하여 처음으로 만난 입학식장에서 낯설음을 누리기도 전에 하나둘씩 얼굴에 파고드는 서른두 명의 천사들을 와락 안을 수밖에 없었다.

긴장한 듯 굳게 다물었던 입가는 어느새 맑은 꾀꼬리 소리처럼 소곤소곤 제법 말을 잘하는 입술이 되었고, 부모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으려 했던 손은 점심시간 급식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오는 길에 선생님 손을 먼저 잡겠다고 급식실 밖에서 서성이는 기다림이 되었다.

아침 햇살이 창가에 넘어오는 쉬는 시간이 되면 앞으로 몰려와 어젯밤에 어떤 일이 있었으며, 공부시간에 짝꿍이 연필로 낙서를 한다는 둥 이런저런 일을 도란도란 귓가에 속삭인다. 아침부터 하교를 하는 그 시간까지 내가 앉아 있는 의자 주변은 어린 천사들의 발걸음에 늘 분주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세상에 여러 가지 별이 있다고 하지만 그중에 가장 아름다운 별은 우리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까만 눈동자, 두 눈이 아닐까 생각한다. 티 없이 곱고 맑은 눈동자에 그려지는 수많은 모양들이 우리 아이들 앞에서만은 모가 나지 않고 흠이 없는 동그라미였으면 좋겠다.

"앞니 빠진 중강새 여러분, 앞니가 새로 날 때면 2학년이 되겠네요! 건강하고 무럭무럭 잘 자라세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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