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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프리즘] 스포츠, 국격의 바로미터

2013-02-13기사 편집 2013-02-12 20: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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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설 배재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받는 11명의 선수들이 빵빵하게 바람을 넣은 가죽 공을 7.2m(24피트)의 선 너머로 옮기려 하고 있다. 다른 11명이 같은 공을 91m(100야드) 떨어져 있는 다른 선 너머로 옮기려 한다. 이들이 5주에 걸쳐 벌이는 64경기를 보고자 자그마치 37억 인구가 TV 세트 앞에 흔쾌히 앉아 있다." 어느 학자가 월드컵 축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전 세계인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이 인용구는 스포츠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하여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음을 말해주는 단적인 예다. 문화가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생성된다고 할 때 스포츠 또한 문화며, 나아가 스포츠는 문화의 형성과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국가 수준에서 '문화'란 국민이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삶의 방식과 그 삶의 모든 결과물이다. 결국 문화는 한 국가의 모든 것이자 국가의 모습 그 자체다. 우리가 한(같은) 나라의 한(같은) 국민임을 느낄 때는 각자가 가진 여권을 펼쳐서 법적으로 동일 국적임을 확인할 때가 아니라 전통 민요를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함께 어깨춤을 절로 추게 될 때인 것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K-pop과 같이 한국 스포츠도 세계문화를 선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 스포츠가 세계문화를 선도할 주체는 김연아, 손연재, 박지성, 박세리, 최경주 등과 같은 스포츠 스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이러한 스포츠 스타의 발굴 및 육성정책에 많은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나라가 잘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여가생활, 문화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선진 외국과 다르게 여가문화를 즐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먹고살기에 바빴기 때문에 스포츠와 같은 문화가 발달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피겨스케이팅의 예를 들어 보면, 피겨스케이팅은 선진국에서는 굉장히 인기 있는 종목이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이 종목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얼음 폭풍 프로젝트를 추진, 막대한 지원과 함께 아사다 마오와 같은 선수를 집중 육성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김연아 선수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피겨스케이팅의 존재 자체도 몰랐지 않았는가. 그만큼 우리나라는 스포츠에 눈을 돌릴 만큼 여유가 없었으며 스포츠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였던 것이다.

이제 곧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신정부의 주요 체육 관련 정책을 들여다보면 종목별 스포츠교실 운영을 위한 '문화기업' 설립, 현역 및 은퇴선수 고용 지원, 국가대표선수 출신에게 2급 경기지도자 및 2급 생활체육지도자 자격 부여, 스포츠산업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등이 담겨져 있다. 또한 남북문화교류 부문에 경평축구대회 부활, 태권도교류전, 각종 국제대회 단일팀 구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신정부의 체육 관련 정책 가운데 특히 체육인 복지와 관련된 부문은 앞으로 스포츠 스타 발굴 및 육성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스포츠를 국가 차원에서 '국가 홍보 및 선전 도구'로 육성하였다. 즉, 'KOREA'라는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고 그 이미지를 제고시켜 경제, 외교 등에 적절하게 활용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목적이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문체육 육성의 정책방향은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특정(메달박스) 종목을 집중 육성하고 투자하여 얼마만큼의 성공을 거두긴 하였으나, 아직까지도 육상, 체조, 수영 등과 같은 소위 '기본종목'의 국제 경쟁력 수준은 매우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체조의 양학선 선수나 수영의 박태환 선수 등의 출현에 의해 기본종목의 발전이 기대되기는 하나, 국가 차원에서 보다 더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본에 충실한 스포츠강국'으로의 빠르고 안정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신정부는 이러한 스포츠 종목 및 선수 육성과 관련하여 국가 차원에서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운영 모델을 새롭게 제시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육영재학교 설립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 체육 진흥 관련 연구위원회 설치를 통하여 체육 전문가와 국가정책 전담부서 간의 유기적인 공조체제를 이루도록 하고, 나아가 범 프로젝트사업을 전개하여 체육진흥의 실용적인 성과가 나타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양성된 종목별 선수들이 세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둠으로써 스포츠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세계 스포츠문화를 주도할 때 자연스럽게 한국의 (스포츠)문화가 성장·발전할 것이고 비로소 대한민국의 국격이 선진화될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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