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 응급의료기관 설립 위탁 검토 인근 충남대병원과 과잉경쟁 우려

<속보>=세종시가 응급의료기관을 설립해 서울대병원에 위탁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의료기관 유치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일 세종시 첫마을에 시립병원을 설립하겠다는 것도 서울대병원 위탁운영을 염두에 둔 발표란 지적이 나오면서 이 같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1일 시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이주 공무원과 세종시 첫마을 입주민의 의료 공백을 없애기 위해 오는 5월까지 30병상 이상의 응급의료기관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의료기관 설치를 위해 정부로부터 특별교부세 15억원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당초 시는 '의원급' 응급의료기관을 설치·운영할 방침이었지만 병원급으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부세 15억 원은 첫마을 보건소 자리를 리모델링하는데 쓰여진다. 각종 진료장비는 시가 자체적으로 구입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야간진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받아야 한다. 응급의료기관 지정은 종합병원이나 의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병원운영은 시립병원 형태가 될 전망이다. 시립병원의 경우 일부 유명 대학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사례도 있어 서울대병원의 위탁운영이 점쳐지고 있다. 시가 서울대병원의 세종시 유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가운데 병원 운영을 서울대병원에 맡기면서 자연스럽게 세종시로의 진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의료원의 경우 국비와 시·도비가 투입되는 형태지만 시립병원은 지자체 자체 예산이 투입된다"면서 "이런 경우 병원운영을 위탁하는 사례가 많다. 서울 보라매병원은 서울대가 위탁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 지역에 두 곳의 국립대가 입지하는 것을 현행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국립대병원 입지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세종시에 의료기관 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충남대병원이 오는 2016년까지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행정도시 예정지 내에 건립키로 한 가운데 내달부터 첫마을 주민과 이주공무원을 대상으로 진료에 나설 계획이다. 충남대병원 측은 의료행위를 위한 신고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옛 행복청 건물에 들어설 충남대병원 응급의료기관은 세종시 첫마을의 시 응급의료기관과는 불과 몇분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과잉경쟁을 벌이는 양상을 띠게 될 전망이다. 첫마을 주민 A씨는 "1만 명이 조금 넘는 첫마을과 인근에 두 곳의 응급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시의 의료행정의 난맥을 그대로 드러낸 꼴"이라면고 말했다.

조치원읍 주민 박정화씨(45)는 "굳이 신도시에 두개의 의료기관을 둘 필요가 있느냐"며 "차라리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시립병원은 북부권에 두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곽상훈 기자 kshoon@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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