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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또다시 설을 맞으며…

2013-02-08기사 편집 2013-02-07 20: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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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식 지방부 부국장 lksnek@daejonilbo.com

" 교통지옥 아랑곳 않고 귀성 진정한 만남 대화 있어 좋아 삶 짓누르는 세파 잠시 잊고 지친 심신에 활력 충전하자 "



사람들은 삶이 고달프거나 외로우면 늘 고향을 떠올린다. 정지용 시인은 '꿈에도 잊지 못할 곳'이라고 읊었고 박두진 시인은 '갔다 오나 안 갔다 오나 마음에 남아서 아쉽고 안타까운 곳'이라고 썼다. 유행가 가사에서도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말은 향수를 달래려고 술이 취해 하는 말'이라며 '고향이 좋다'고 되뇌였다.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예년에 비해 짧은 연휴 라지만 그래도 설은 설이다. 올 설 연휴는 추울 것이라는 예보다. 하지만 영하의 날씨도 도도한 귀성 행렬을 막지는 못한다. 오늘 오후부터 귀성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선물꾸러미를 양손에 들고 자녀와 기차, 버스, 승용차에 오르는 모습은 언제 봐도 푸근한 풍경이다. 전국 도로는 '사상 최대' 혹은 '민족 대이동' '귀성전쟁'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러울 정도로 차량행렬과 인파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왜 설이 되면 여러 가지 불편들을 마다 않고 고향을 찾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고향은 기다리는 피붙이가 있고 진정한 만남과 대화와 나눔이 있다. 설이 되면 사람들은 차례를 지내고 부모님에게 세배를 드린다. 형제자매들끼리도 다정하게 명절 인사를 나눈다. 온갖 고생을 하고 고향에 도착한 자녀들을 맞는 부모님 얼굴엔 행복한 웃음이 번진다. 이런 자녀들을 위해 음식 준비하는 부모님의 손길이 분주하다. 부모와 자녀들은 모처럼 한 곳에 모여 음식을 먹고 놀이를 하면서 가족의 따스한 정을 느낀다. 이런 따뜻한 인간미가 있어 삶에 대한 긍정적 목표를 제시해 주기도 하고 삭막한 경쟁뿐인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훈훈한 향내로 다가온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고단함도 잊고, 거친 풍파를 헤치고 살아 갈 힘을 얻는 생활의 활력소 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고향과 고향사람들을 잊지 못한다. 고향 가는 길이란 말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푸근하다.

하지만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고단한 일상의 삶이 어깨를 짓누르면서 명절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사람도 많다. 우선 주부들이 그렇다.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데 4인가족 기준 19만4950원이 들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보다 4% 더 많이 더 드는 셈이다. 쥐꼬리만큼 오른 남편 월급은 물가 상승을 감당하기 어렵고 불황으로 상여금 봉투는 얇아지거나 그나마 없어 돈 쓸곳 많은 주부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래시장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설 대목이 예전만 못하다고 아우성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몇 년째 취직 못한 청년들은 부모 뵙기가 민망하고 부모들도 고통이다.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구직자 10명 중 7명이 설 연휴에도 쉬지않고 취업준비를 하겠다고 응답 이들이 겪는 심적 고통을 알 수 있다.

설에는 고향과 귀향한 도시사람과의 만남에서 그들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으로 사회를 진단하고 고쳐나가는 방법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명절민심을 만들어 낸다. 일종의 밑바닥 여론이다.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이 명절민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특히 올해는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어 더욱 그렇다. 벌써 총리후보가 청문회도 하기 전 사퇴했고 헌법재판소 소장은 청문회에서 갖가지 문제점이 노출돼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두고 옛날 일을 오늘의 기준으로 재단하는 인격살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사회지도층이 해도 해도 너무 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이들은 인선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에선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이지만 그에 대한 비판도 동반되고 있다.

소통을 외치면서 불통을 행하는 불통 인사 스타일이 도마 위에 오르내린다. 한마디로 밀봉, 수첩, 불통으로 상징되는 '나홀로식 인선'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최대 정치적 자산인 '신뢰와 원칙'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벌써 박근혜 정부의 앞날이 보인다고 야단들이다. 정치가 민심을 잃으면 제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도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것을 보아 왔기에 정치권은 설날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설을 맞는 감회는 사람마다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구는 당당하게 어깨에 힘 좀 주고 명함을 내밀며 악수를 청할 수도 있고 누구는 삶의 허방을 디뎌 서러운 처지에 놓여 도무지 흥이 살아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귀성하는 마음은 하나다. 마음이 편하든 아니하든 요즘 사는 방식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설이 민족의 최대 명절이라고 하지만 갈수록 흥은 빠지고 멋은 엷어지는 것 같다는 푸념은 접어두고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금 더 필요한 것은 서로 격려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퍼뜨리는 일이다. 설 덕담을 나누며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미풍양속이 삶의 지혜를 일깨운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처럼 설 명절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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