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랜드휴게소(하행선)의 식당가에 걸려있는 TV 모니터 화면에는 주방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은 물론 조리원들의 행동하나까지 세밀히 화면에 뜬다. 라면을 어떻게 끓이는지, 주방 관리는 어떻게 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내가 먹을 음식의 조리과정은 물론 잔반이나 음식물쓰레기 처리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전에서 온 송영재(33)씨는 "휴게소 음식은 비위생적이라는 편견이 있어서인지 조리실 모습을 모니터로 보여주니까 일반 식당에서 먹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가족과 함께 온 전영범(50·경기도 부천시)씨는 "휴게소 음식은 어쩔 수 없이 먹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CCTV 모니터로 알리는 걸 보니 신뢰가 간다"고 설명했다.

`스쳐 지나가는 곳`이었던 고속도로 휴게소의 서비스 진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스치는 곳`이 아닌 `머무르는 공간`으로 변화를 꾀하면서 고객체류형 휴게소에 이용자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음식은 비위생적이고 화장실은 더러운, 볼일 보고 바삐 다시 나오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조리실 내부 모습을 담은 CCTV 모니터 화면을 식당가에 설치한 것. 그동안 휴게소 음식이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을 역으로 활용해, 고속도로 휴게소가 놓치고 있는 `신뢰`와 `머무름`을 역으로 내걸고 있는 모습이다.

조리실 CCTV모니터 설치는 2011년 죽전·죽암휴게소를 선두로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7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주방 모습을 담은 CCTV 모니터 화면을 식당가에 설치한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모두 19곳이다.

지역별로는 죽전·기흥·안성(부산)·하남(만남)·이천(통영) 등 경기 8개소, 횡성(강릉) 등 강원 1개소, 천안삼거리·죽암(서울, 부산) 등 충청 5개소, 벌곡(대전)·인삼랜드(통영) 등 전북 2개소, 칠곡(서울, 부산) 등 경북 3개소다.

이용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체류형 휴게소` 이미지를 내걸기도 한다.

인삼랜드휴게소 뒷편엔 연못이 조성돼있다. 벤치에 앉아서 풍광을 보거나 휴게소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는다. 그 옆으로는 토끼를 보고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토끼장도 있어 가족단위 이용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공원이 들어선 휴게소도 있다.

전북 정읍녹두장군휴게소는 지난해 7월 개장한 솔숲공원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식사를 한 후 휴게소 주변을 걸으면 마치 숲속 공원에 와있는 느낌을 주면서 지친 몸을 개운하게 바꿔 `힐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휴게소 앞마당에는 실물크기의 군용전차를 전시해놓아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이쯤되면 관광소 못지 않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이용객들은 10-20분에서 1-2시간 휴게소에서 먹고 놀고 쉬며 머물다간다. 휴게소를 다시 찾는 재방문객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인삼랜드휴게소의 경우 연간 1-3회 방문객이 36.1%, 4-5회는 27.8%였다. 특히 10회 이상 찾는 방문객도 27.8%나 됐다.

오형일 인삼랜드휴게소장은 "고속도로만 타면 전국 어디나 갈 수 있는 지리이기 때문에 휴게소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면서 "그러면서 이용객이 `꼭 들르고 싶은 휴게소`로 만들어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는 관광명소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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