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김응용 감독 인터뷰

 한화 이글스 선수단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6일 선수들이 자체 홍백전이 끝난뒤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장길문 기자 zzang@daejonilbo.com
한화 이글스 선수단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6일 선수들이 자체 홍백전이 끝난뒤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장길문 기자 zzang@daejonilbo.com
오키나와에서도 김응용<사진> 감독 특유의 스타일은 변함이 없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거나 대화를 나누는 대신 세부적인 사항은 코치들에게 일임한 채 훈련장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말 없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는 선수들의 몸상태나 컨디션, 보완할 점들을 보통 이런 방법을 통해 체크하곤 한다. 6일 고친다 구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오전부터 투수들의 불펜피칭을 살펴보다가 곧 수비훈련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별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김 감독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즐겁다"고 했다.

삼성라이온즈 사장과 고문을 지낸 뒤 한화를 찾은 것도 이 '즐거움' 때문이었다. 야구에서 발을 뺀지 꼭 8년만이다. 김 감독이 떠나 있던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야구도 많이 변했다. 2개의 구단이 새로 창단됐고 프로야구는 30년만에 처음으로 7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경기 내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반이 이승엽을 비롯한 거포들이 쏟아져 나온 '타고투저'(타자들의 기록이 투수들보다 좋은 시대)였다면 최근 한국프로야구는 30개의 홈런이면 홈런왕을 차지할 정도로 '투고타저'의 시대가 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공백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니혼햄을 일본시리즈에 진출시킨 구리야마 감독 같은 경우에도 20년 동안 야구계를 떠나 있었다"며 "나라고 해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구리야마 감독은 지난해 에이스인 다르빗슈가 팀을 떠난 뒤 부임해 에이스의 부재 속에서도 니혼햄을 아시아시리즈에 올려놓은 명 감독. 한화의 에이스인 류현진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LA다저스로 떠난 것을 비롯해 오랜 기간 야구계를 떠났다가 돌아왔다는 점에서 김 감독과 구리야마 감독 사이에는 묘한 공통점이 존재했다. 구리야마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김 감독도 올해 목표를 4강으로 잡았다.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을 가진 그에게는 비교적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지훈련을 통해 선수들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점도 역시 '실리 야구'다. 김 감독은 "야구라는 게 노력도 있지만 타고나는 것도 있다"며 "짧게 치는 것에 어울리는 선수가 있고 장타를 노려야 하는 선수가 있는데 단타형 타자가 홈런만 치려고 하면 야구가 잘 안된다. 자기 몸에 맞는 야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홈런을 많이 친다고 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장타형 타자라고 해도 3할 정도 쳐줄 수 있어야 좋은 타자"라고 말했다.

투수진에서는 어느 때보다 용병 투수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 지난해부터 용병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데다 주축 투수들이 많이 빠져나간 만큼 외국인 투수들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은 5일 직접 이브랜드가 불펜피칭하는 모습을 주의깊게 살펴보기도 했다. 고심 끝에 데려온 만큼 은근히 12승 이상 해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올해에는 용병 2명이 잘해줘야 한다"며 "물론 용병들의 특성상 시합을 해봐야 알지 그 전까지는 잘해 줄지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브랜드의 피칭은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말했다.

신인 투수들에게 거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김 감독은 지난 5일 주니치 전에 이어 지속적으로 연습경기에 출전시키면서 오키나와 잔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지난 5일 경기에서는 신인들이어서 긴장을 한 부분이 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 던진 것 같다"며 "현재 송창현, 이태양, 이충현, 임기영 등 몇 몇 선수들은 일본에 남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범경기까지 남은 기간은 한달 남짓. 한화이글스가 8년만에 돌아온 '우승청부사' 김응용 감독의 지휘아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오키나와=한대섭 기자 hds32@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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