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체 92.7% 원달러 환율하락 피해 울상 엔저 영향 환차손 눈덩이 … 30% "대책없어"

#1. 수출에 주력하는 대전 유성구 소재 중소제조업체 A사는 원화 강세가 이어지자 수출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원달러 환율 1100원선이 붕괴된 후 2개월여만에 40원 가까이 환율이 하락하면서 기존의 수출 계약에서 수천만원의 환차손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향후 주문 물량에 대한 가격 경쟁력까지 낮아졌다.

#2. 대전 대덕구에 있는 수출기업 B사도 환율하락과 동시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수출단가 인상이 절박하지만 단가를 올리면 매출액 감소로 이어질 것이 뻔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중소수출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가운데 실제로 수출 중소기업의 92.7%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수출 중소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는 것.

피해를 본 기업이 지난해 11월 조사 당시 53.1%였던 것에 비하면 40% 포인트 가깝게 늘어난 규모다.

가전, 자동차부품 기업은 전부가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이들 업종은 원화 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데 비해 엔화가치는 급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기업에 밀리기 때문에 피해가 심각하다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고무·플라스틱, 정보통신기기, 조선·플랜트, 기계·정밀기기 등의 업종도 각 90%가 넘는 피해율을 보였다.

이에 비해 환율 하락으로 원가가 떨어지는 석유·화학과 철강·금속 기업의 피해율은 80%대 중반으로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았다.

주요 피해유형(복수응답)은 `이미 수출을 계약한 물량에 대한 환차손 발생`이 67.6%로 가장 많았고 `원화 환산 수출액 감소로 인한 채산성 악화 및 운전자금 부족`(27.7%), `수출단가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 약화`(21.6%) 등도 있었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한 대책을 묻는 말에 30%는 `대책이 없다`고 답했고 환율하락폭을 수출가격에 반영할 여지가 있는지 물음에 47.3%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엔저 현상으로 피해를 본 기업도 41.4%에 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원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지고 환율 변동폭도 작년보다 커질 것"이라면서 "환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는 한편 중소수출기업 정책금융 지원제도 등을 잘 활용하고 제품 차별화 등으로 비가격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영훈 기자 syh0115@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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