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학 대전 중리초 교사
며칠 전, 잘 알고 지내는 목사님(은성성결교회)으로부터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우리 교회 성도님 아기 돌잔치가 있는데 돌잡이로 아기들이 청진기랑 판사봉을 잡잖아요." 목사님이 뜬금없이 돌잔치 이야기를 하셨다.
교회의 한 성도님이 아기 돌잔치 수익금의 전부를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기부는 연예인들이나 유명한 사람들이 하는 먼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이때에 주변에서 기부 얘기를 들으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져 왔다.
필자는 목사님께 기부 절차를 말씀드렸다. 학교를 방문하셔서 행정실에 학교발전기금으로 기탁하실 때 사용 용도를 적으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며칠 후, 목사님과 기부자 한 분이 학교를 방문하셨다. 행정실에서 기부를 마친 후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셨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인심이 팍팍해지는 요즘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소중한 돈을 선뜻 기부해주셔서 감사 드린다고 말씀하셨다. 또, 기부금은 6학년에서 학급별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1명씩 선발하여 중학교 교복값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트레보는 각자 자기 주변의 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세상이 변화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그것을 실천한다. 트레보의 실천으로 인해 세 명은 또 다른 세 명에게 그 후 또 다른 세 명에게 도움이 전해졌다. 이번의 기부가 트레보의 실천처럼 가깝게는 우리 학교의 학생, 우리 학교, 우리 지역, 우리나라를 변화시키는 작은 촛불이 되길 바란다. 돌잡이 행사에 의사를 상징하는 청진기, 판사를 상징하는 판사봉 대신에 어려운 이웃의 손을 잡은 착한 아기에게 또한 그 부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대전중리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1년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어떤 사랑으로 다가갈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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