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진섭 KAIST ICC 운영부장

세상은 어김없이 변하기에 우리는 변화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그 변화의 방향과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세상과 동떨어져 생각하고 판단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프레임에 갇혀 세상이 마치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기에 어김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올바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적응시켜 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과거의 향수에 의존하고 기대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혁신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부가 공식적인 출범을 준비하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정부조직개편의 세부적인 업무까지 어느 정도 조정이 완료되면서 벌써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핵심가치인 창조경제를 주도하게 될 미래창조과학부가 생각보다 거대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과학기술계의 시각이 복잡성을 띠고 있다. 과학기술이 국정의 중심으로 부각되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큰 기대가 부담스러운 것도 현실이다. 사실 과학기술계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아 왔고 나름대로 변화에 부응하고자 노력하여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요구와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여 왔는지에 대해서는 과학기술계 내부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평가가 다른 것이 사실이다.

시대적인 변화의 흐름을 보면 국가가 발전하면서 민간의 역할과 비중이 보다 확대되면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민간부문에서는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면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변화를 위한 혁신을 체험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은 이러한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이기에 변화에 대한 적응과 혁신이 절박하지 못하다. 그러기에 경쟁력에서 민간부문에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 가끔 우리는 대한민국에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 늘어나는데 왜 세계적인 대학과 연구소는 아직 없는지에 대해 의아해한다. 1970-80년대에는 국가발전을 정부와 공공부문이 주도해 왔지만 이제는 민간부문이 국가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현실임에도 아직도 공공부문은 변화의 절박함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리고 과학기술계도 이러한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의 향수에 의존하고, 과학기술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스스로는 진정으로 어떻게 변화를 위해 치열하게 혁신을 추구해 왔는지에 대해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의 변화의 방향은 융합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융합을 위한 혁신적인 교육과 연구를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정한 고민이 없다. 대부분이 융합에 공감하면서도 융합은 자신을 중심으로 융합하는 것을 기본으로 상정하고 접근하는 방법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기득권은 버리지 못하면서 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진정한 융합을 위한 접근방식이 아니다. 따라서 진정한 융합을 위해서는 융합이 이루어지기 위한 최소한의 공통기반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학과 간에 또한 연구소 간에 교류와 협력이 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그리고 먼저 과학기술계에서부터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아울러 궁극적으로 변화는 나로부터의 혁신에서 출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변화와 조직의 변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자신은 어떻게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성찰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롭게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될 때 진정한 소통의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우리는 수많은 변화의 환경에 놓이게 되고 변화를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속에서 변화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 여전히 우리는 갑론을박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변화의 핵심은 자신이 되었으면 한다. 다른 사람이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세상이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결국은 자신이 변하지 않아서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로부터 변화의 시작이 이루어질 때 새로운 혁신이 일어날 수 있고, 그 변화와 혁신이 자신을 바꾸고 조직을 바꾸고 국가를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중심으로 내가 돌아간다는 것을 인정할 때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정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