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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소통을 말하면서 불통을 행하다

2013-02-01기사 편집 2013-01-31 2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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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세종취재본부 부장 hkslka@daejonilbo.com

소통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 '켈의 법칙(KEL's Law)'이 자주 인용된다. 켈의 법칙은 권위적인 조직일수록 직급이 한 단계식 멀어질 때마다 심리적 거리감은 제곱으로 커져 직급간에는 두터운 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원과 임원간의 직급거리를 사원-과장-부장-임원의 관계를 '3'으로 보면 그 심리적 거리는 '9'가 된다는 이론이다. 심리적 거리가 크면 클수록 상대방을 대하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구성원들은 탁월한 재능과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거리감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할 수 없어 자연스럽게 위축돼 결국 조직의 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일본의 가전업체인 마쓰시타(松下)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기업경영의 과거형은 관리이다. 경영의 현재형은 소통이고, 경영의 미래형도 소통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인 도요타의 창업주인 도요타 기이치로 역시 "보스가 좋아할 것인지 싫어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는 것 만큼 조직을 빨리 퇴보시키는 것은 없다"며 조직 내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임기를 20여 일 정도 남겨 놓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새 정부 출범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모두 입으로는 소통을 외치면서 불통을 행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임기 5년 동안 '국민과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던 이 대통령은 임기말 특사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비리를 저지른 측근들에게 '사면'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안겨줬다. 55명의 설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는 이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절친'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포함됐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당사자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면죄부를 받았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박근혜 당선인도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남용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임기중 비리를 저지른 측근들의 특별사면을 강행했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자기사람을 챙긴다"는 국민들의 비난도 이 대통령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 하다.

이 대통령의 불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특별사면을 단행한 날 이 대통령은 또 다른 측근들에게는 훈장수여라는 선물을 주었다. 현 정부 초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는 등 이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쌓아온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 대표를 지낸 안경률 전 새누리당 의원 등에게 최고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그야말로 불통의 극치가 아닌가 싶다.

소통을 외치면서 불통을 행하기는 박근혜 당선인도 마찬가지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새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의 낙마 사태가 빚어지면서 박 당선인의 불통 인사 스타일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은 한마디로 밀봉, 수첩, 불통으로 대변되는 '나홀로식 인선'이라는 지적이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 인사 브리핑을 맡았던 조윤선 대변인조차 발표 30초 전 에야 알았을 정도로 박 당선인의 인사는 보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인사검증을 하지 못해 초대 총리 후보자 낙마라는 악재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박 당선인의 이런 나홀로식 인선은 1년 전 비대위원 인선 때부터 이어졌다.

대통령 당선 이후 첫 인사였던 윤창중 대통령인수위 대변인을 임명했을 때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강경보수 인사라며 반대의견이 많았지만 박 당선인은 밀어붙였다. 청년특위 인선에서도 일부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박 당선인은 밀고 나갔다.

박 당선인은 공식적인 인사검증시스템도 별로 가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이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인사를 논의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최측근 소수그룹에 의존하는 인사검증을 하고 있다는 얘기만 나오고 있다. 공식적인 인사검증시스템을 거쳐도 뒤탈이 많은 게 각료인사인데 이런 밀실 인사방식이 계속 이어진다면 부실검증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 이후 박 당선인의 나홀로식 인사 스타일이 바뀔 지는 지켜볼 문제이다. 분명한 사실은 박 당선인이 소통을 등한시한 채 나만의 인사스타일만 고집한다면 박 당선인의 최대 정치적 자산인 '신뢰와 원칙'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P&G의 CEO인 A G 래프리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회사 구내식당, 강당 어디서든지 직원들과 얘기한다. 이때 나는 늘 3분의 2 원칙을 지킨다. 주어진 대화시간의 3분의 2를 듣고 그 질문에 대답하는 데 쓴다. 이를 통해 반대자들의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많은 사람을 내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소통을 얘기하면서 불통을 행하고 있는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새겨들어야 할 얘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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