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령 홍성 구항초 교사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년 말 교육과정 평가를 위해 학생용 설문지를 나누어 준다. 설문을 하나씩 읽어 주면서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체크를 한다. 열 번째 설문을 읽었을까? 아이들이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난 멀티미디어 수업. 동영상 보는 게 재미있어." "난 밖에 나가서 체험학습 하는 게 좋아." "난 선생님이 재미있게 설명해 주시면 더 기억에 잘 남거든."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후 빈 교실에서 설문에 답한 내용을 보며 '아!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학교나 담임인 나에게 이런 불만이 있구나'라며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살짝 붉어지기도 했다.

6학년에 올라와서 첫 진단평가를 보며 아이들에게 어떤 과목이 좋고, 어떤 과목이 싫은지 질문을 했었다. 좋아하는 과목은 아이들의 개성만큼이나 모두 다른 반면, 대다수의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사회과목이 싫다는 이야기를 했다. 공부에 흥미가 있고 잘한다는 아이들도 외우는 건 싫다는 말에 내심 어떤 방법으로 수업을 준비해야 하나 고민되었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3학년 담임 때와는 다르게 고학년의 학습량이 많고 더불어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고 싶은 내용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인지 수업을 진행하다 쉬는 시간을 넘기는 일도 종종 생겼다. 끝까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주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벽에 걸린 시계만 보며 지루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럴수록 아이들의 시각으로 관심사를 함께 나누고 그 관심사를 수업 내용과 연계시켜 조금 더 흥미를 가지고 모든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즐겨 보지 않던 예능 프로그램도 보고 연예가 소식이며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내용을 찾아보는 일이 퇴근 후 일과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사진 한 장, 동영상 한 편을 보여 주더라도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서로 공감하고 이야기하면서, 수업내용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우리 아이들이 발견하게 하고 싶었다.

가끔씩 '버럭' 하며 화를 내기도 하고 호되게 야단치기도 하는 선생님에게 한마디의 글, 또 한마디의 말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게 만들어 준 우리 아이들. 이제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너희는 영원히 선생님에게 힘을 주는 비타민과 같은 존재야. 선생님에게 한마디의 말로 힘을 주었던 것처럼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영원히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사랑한다. 구항초 6학년 귀염둥이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