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경부장관 UN환경계획 한국부총재

일본의 전임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가 지난 1월 중순에 개인 자격으로 중국에 가서 한, 말과 행동으로 일본 섬 전체가 온통 야단법석인 모양이다.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센카쿠열도(尖閣列島)(중국명 釣魚島·댜오위다오)에 대하여 하토야마는 "일·중 간에 영유권 분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서로가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난징(南京) 대학살 기념관을 방문해서는 "이런 불행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일본인으로서 마땅히 책임을 느끼며 충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하고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방명록에는 자신의 이름 중에 유(由)자를 써야 할 자리에 벗이라고 하는 우(友)자를 쓰면서 진심임을 표시하였다.

그러자 일본 조야에서는 벌집 쑤신 듯한 정경이 벌어졌다. 여론은 그를 "매국노" "간첩" "나라의 죄인" 등으로 몰아붙였다. 심지어는 국방상이란 사람은 "역적"이라는 말까지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남의 나라 영토분쟁에 끼어들어 왈가왈부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난징 대학살 기념관을 방문하여 진심어린 사과를 한 사실에 대해서만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기념관을 방문하는 그의 모습은 경건했고 처연함과 자괴감이 어리는 것 같은 그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

난징 대학살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건처럼 1937년 12월 13일 일본군이 난징을 점령하고 나서 벌인 광란의 학살사건이다. 당시 일본 군인들은 가히 살인마와 같은 존재였다. 중국 패잔병을 끌어모아 집단으로 학살하는가 하면 더러는 총검술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고 더러는 칼로 목 베기의 시합용으로 죽이기도 하였다. 과거 전국시대의 병졸들이 흔히 해 오던 습관대로 여성들에 대한 집단윤간과 선간후살(先姦後殺)의 만행을 서슴없이 자행하였다. 이 글로도 차마 다 옮길 수 없는 더러운 짐승 같은 일들이 끝도 한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하기를 두 달여! 공식으로는 13만 명, 비공식으로는 30만 명이라는 무고한 사람들이 살해되었다.

그러나 이런 만행이 어찌 난징에만 국한되었을까? 일본군이 주둔한 지역에는 어디든 가릴 것 없이 똑같은 양상이 벌어졌다. 남의 나라에 주둔하면서 황후를 시해한 자들도 바로 그들이 아니던가! 관동 대지진 때 벌인 조선인 학살사건 역시 역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들의 만행이었다. 1923년 9월 1일 토요일 오전 11시 58분!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그치더니 갑자기 지진이 시작되었다. 진도 7.9! 도쿄시내의 80%가 파괴되고 이웃 도시들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아비규환 바로 그것이었다. 인심은 흉흉하여 세상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상태로 빠져들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민심부터 안정시켜야 했다. 군부에서는 어떤 희생양을 만들어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그 대상이 일본의 사회주의자와 조선인이었다.

일본 군부는 음모를 꾸몄다. "도쿄 부근의 지진을 이용하여 조선인들이 방화 살인 폭동을 획책하고 있으니 철저히 단속하라"는 지시였다. 이와 때를 맞추어 수도 없는 유언비어가 난무하면서 군과 경찰과 자경단(自警團)이 나서서 '조선인 사냥'을 시작했다. 이때 피살된 조선인이 6661명. 이 사건이 그 유명한 '관동 대학살사건'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일부 일본인들은 난징사건이나 관동 대학살사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전시되고 있는 사진은 모조리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일부 사람들은 난징에서의 희생자 30만 명이라는 숫자나 각종 만행들이 과장된 것이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이기에 숨기고 또 덮어 두고 싶은 심정은 얼마든지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엄연히 전범재판을 통해 밝혀진 사실을 숨겨 부끄러움을 면하려는 자세야말로 얼마나 더 창피스러운 일인가를 왜 알지 못하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하토야마 전 총리의 중국에서의 행보는 일본의 위상을 높이면 높였지 절대로 일본의 명예에 손상을 입혔다고는 보지 않는다.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에 대한 그의 태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앞뒤 가리지 않고 매국노라고 마구잡이로 비난할 일이 아니다. 2011년 민주당 소속 도이 류이치(土肥隆一) 의원이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의 주장에 문제가 없지 않다는 인식을 내보이자 이번의 경우와 비슷한 반응이 나타난 적이 있다.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우경화는 일본 스스로의 자해행위일 뿐임을 자각하는 날은 언제쯤이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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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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