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공모 절차·주민 동의없이 부지 변경 민민갈등 등 우려… 혈세 낭비 지적도

예산군이 신청사 이전을 추진하면서 주민 동의 없이 건립부지를 변경해 물의를 빚고 있다. 신청사 부지를 공모하는 과정에서 1위였던 예산리 535번지 일원을 사업 대상지에서 제외한 뒤 차순위 부지를 선택했어야 했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옛 예산농업전문대학 부지로 청사 이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27일 예산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신청사 부지는 지난 2007년 10월 예산리와 역탑리, 석양리, 발연리 등 4곳을 후보지로 해 심사를 실시했으며 예산리가 최종 후보지로 결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중간용역 보고회에서 신청사 예정지가 가파른 경사로 인해 가용면적이 48%에 불과하다는 발표가 나온 뒤 후보에도 없던 옛 예산농전 터로 예정지가 변경됐다.

전체 부지면적 4만 8025㎡(1만 4527평) 가운데 가용면적이 2만 3072㎡(6979평)에 불과해 신청사 기준 면적 5만㎡(1만 5125평)에 한참 못 미치친다는 것이다. 대신 예산농전 터는 군소유지여서 매입에 따른 재원 부담이 없어 청사 이전지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예산군 관계자는 "옛 예산농전 터가 군 소유지이고, 기존 예정지에서 약 12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당초 동향이던 청사도 남향으로 설계할 수 있고, 향후 홍성과 통합되더라도 신청사를 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군이 신청사 부지를 재선정하는 과정에서 재공모 절차와 주민들의 의견 수렴 등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초 후보군에 올랐던 차순위 후보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재선정 대상에서 뺐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군이 일방적으로 이전지를 결정하려면 애초에 청사 이전지 공모를 왜 했느냐며 비난하고 있다.

또 충남도청 이전으로 홍성과 예산의 통합 문제가 목전에 있는 마당에 신청사 설립에 혈세를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는 청사 이전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시·군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예산군 측에 4차례나 청사 신축 보류를 요청한 상황이어서 청사 신축을 위한 대규모 국비 확보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은 "예산군이 정부의 예산 운용 방침이나 신청사 설립에 대한 제대로 된 로드맵도 없이 주먹구구 행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청사 이전이 쓸데없이 주민들 끼리 갈등을 유발하고,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권성하 기자 nis-1@daejonilbo.com

강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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