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초빙교수 언론인

" 민주, 대선 패배 후 변화 몸부림 당내 北 위협 과소평가 세력 다수 대한민국 부정세력 청산 늦추면 제1야당 지위·기회 위협받을 것 "

요즘 인수위나 새 정부 조각 같은 대형 이슈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민주당의 몸부림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어쨌든 정권을 잡을 뻔했던 정당이고 국회 127석을 가진 제1야당이다. 뿐만 아니라 이 나라 정치가 잘되고 국민이 행복하려면 야당도 잘 만나야 한다.

지금 이런 야당을 이끌면서 변신의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이 문희상 비대위원장이다. 그는 요즘 거침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당이 좌클릭한 게 (18대 대선) 패인 중의 하나입니다.

-단일화만 되면 이긴다는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막연한 낙관론이 우리 안에 있었습니다. 그것도 교만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이 이름도 바꾸고, 상징색도 빨간색으로 바꾸는 동안 우리는 단일화 타령만 했으니….

-극우세력도 종북세력도 안 됩니다. 소위 우꼴(우익 꼴통)과 좌빨(좌익 빨갱이) 다 안 됩니다. 이 두 개의 극단적인 사고는 당의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하는 게 기본입니다.

-어느 순간 신뢰를 박근혜가 가져간 거죠. 50대의 불안감, 우리 당이 안보를 소홀히 할 것 같다는 느낌, 이정희와 손잡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심리, 종북세력과 가까이 한다는 시선, 이런 것들이 작용했을 거 같습니다.

-민주당이 완전히 '(종북 논란을 낳은) 이정희(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친구'가 돼버린 거죠. 완전히 이게 무슨 선거를 치렀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하는 말 무슨 뜻인지 알 거요.(문화일보 25일자에서)

뒤늦기는 했지만 이만큼이라도 제대로 보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으니 일단은 속이 후련하고 민주당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문희상 위원장 말대로 한다면 민주당은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문제는 소속의원과 당원들이 이런 말에 동의하고 이런 지도노선을 따를 것이냐가 문제다. 민주당 내부를 들여다보면 너무 복잡하고 갈등의 뿌리가 깊어서 과연 정체성을 갖춘, 매력적인 얼굴로 성형수술을 하고 나올지 아직은 의문투성이다.

시험지를 내주고 답을 쓰라고 하면, 마치 도덕점수 백 점 맞기가 쉽듯이, 정답들을 잘 쓰겠지만 막상 그대로 따라 하라고 하면 힘들기 때문에 요령을 피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지금은 사즉생이니 석고대죄니 뼈를 깎는 각오 운운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의 가장 큰 약점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혜택과 권력의 특권은 다 누리려고 하면서 그 공동체를 지키는 데 있어서는 화려한 수사를 동원하여 비켜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발상이 건국을 부정하고 북의 위협을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대한민국의 건국에는 민주당의 조상들도 적극 참여했다. 신익희, 조병옥, 장면…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참여했고 현재의 민주당이 사표로 삼고 있는 김대중도 장면, 박순천 같은 이른바 민주당신파 어른들을 모시고 정치를 한 사람이다. 현재의 민주당은 이런 정통야당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정치적 조상들의 건국정신과 애국심은 따르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의 조상은 김일성 남침전쟁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려고 했지만 지금의 민주당에는 북한의 위협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주류다. 국가보안법 폐지나 전시작전권 반환 같은 주장은 이런 데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무단 월북하여 김일성 만세를 부른 사람, 죽을 고비를 넘어 탈북한 동포를 배신자라고 보는 이상한 사람들을 국회의원으로 공천한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다. 이른바 주사파라는 김일성주의자들과 선거연대라는 이름으로 팔짱을 낀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민주당의 기회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제1야당의 지위도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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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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