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방룡 충남대 철학과 교수

고통, 분별·집착하는 마음서 비롯 지역·이념·세대 갈등 고질병 탈피 진정 국민이 행복한 나라 만들어야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런데 누구나 꿈꾸는 그 행복이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 부와 안정된 삶, 그리고 건강한 신체 등이 우리에게 행복을 보장해줄 것 같은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부유함 속엔 부유한 재미가 있고, 가난함 속엔 가난한 재미가 있다. 건강할 땐 건강한 재미가 있고, 아플 땐 아픔의 재미가 있다. 사장은 사장으로서 재미가 있고, 거지는 거지로서 재미가 있다. 부유함이란 어쩌면 부유함과 가난함을 다 즐길 수 있는 마음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가운데 26위를 차지했다. 반면 히말라야산맥의 인구 70만밖에 되지 않는 작은 국가인 부탄은 국민소득이 2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말할 정도로 행복한 나라이다. 행복이 물질적 풍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신적 풍요로움에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행복한 삶'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지만, '행복'이라는 것이 정부의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왜 행복해야 되는데?"라는 질문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행복'이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윤리학에서는 '선(善)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제기하고, 이에 대하여 두 가지의 답을 제시한다. 하나는 '선이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우리의 양심 속에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천적으로 선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행복한 것 자체가 선이다'라고 말한다. 결국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 된다.

현대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IQ보다 EQ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공을 위해 지능보다 감성이 중요하다는 말에 100%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분명 지능보다 감성이 중요하다. 주관과 객관을 나누고 논리적으로 따져서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지성만으로는 행복에 도달하기가 어렵다. 행복이란 어떠한 조건을 따져서 그것을 충족하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행복한 삶'에 대하여 이야기해야 한다. 어느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거나 딱딱한 서적에 나온 '행복론'을 들먹일 것이 아니라, 진솔하게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표심을 잡기 위한 공허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진정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행복한 삶을 말할 때 '행복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고, 그것이 충족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모든 조건이 다 충족되더라도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행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마음인문학'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고 있듯이 행복한 삶을 위해 '마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행복'을 무어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행복하지 않는 마음의 상태를 '고통'이라 말한다. 따라서 우리의 마음속에서 고통을 제거하거나 치유하여 고통이 없는 마음의 상태를 지속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결국 '고통의 원인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가?' 하는 문제로 환원될 수 있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어 고통 속에 빠진 이유가 하와가 아담을 꾀어 '선악과'를 따 먹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선'과 '악'으로 나누어 보는 분별의 마음이 인간의 마음에 자리한 데서 고통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불교에서도 고통의 원인이 선과 악, 미와 추, 성과 속, 나와 남 등으로 분별하는 마음을 내고서 그 하나에 집착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노자와 장자도 도(道)의 세계는 분별된 세계를 떠난 곳에 있다고 말한다. 모두 공통적으로 분별하고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데서 마음의 고통이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보면, 강하게 무엇을 집착하고 있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집착의 근저에는 옳고 그름, 좋고 싫음, 내 편과 네 편 등으로 분별하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의 원인인 지역감정과 이념갈등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 다문화 간의 갈등, 성별 간의 갈등 또한 분별하고 집착하는 마음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 고통의 원인인 '분별하고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행복한 삶이 시작될 수도 있다.

'행복한 삶'이 새 정부의 출발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라 있다. 새해가 시작되고서 모두 한 해의 새로운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그 계획의 첫머리에 '행복한 삶'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를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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