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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와 괴리된 과도 감시… 기득권 사회통제 수단일 뿐

2013-01-25기사 편집 2013-01-24 20: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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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사회, 안전장치인가 통제도구인가 로빈 터지 지음·추선영 옮김 이후·312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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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안전'을 앞세워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이는 자신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집중시켜 달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애인을, 자녀의 학교 선생님을, 이웃을 의심하는 법을 정신없이 배워가는 대중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라는 거대한 게임의 참여자가 된다.' 본문 중에서.

'감시'라는 말을 처음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많은 사람들은 CCTV를 연상한다. 전국에 설치된 CCTV 대수는 2010년을 기준으로 총 350만대에 이른다. 이 책이 대상으로 삼는 영국의 400만대에 비해서도 적지 않은 대수다. 그러나 이마저도 2년 전의 기록인데다 최근 잇단 강력범죄의 영향으로 설치대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80번 CCTV에 노출된다. CCTV에 접근이 가능한 누군가가 마음먹기에 따라 개인의 이름과 얼굴은 물론, 직장의 위치와 평소 하는 일, 소비패턴 등을 파헤치기란 식은 죽 먹기가 돼버린 것이다. 아주 특별한 상식 NN 시리즈의 이번판 '감시사회'는 이러한 전 사회적인 감시체계를 심도 있게 조명하고 있다.

사실 감시와 개인사생활 보호는 대립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 시작은 모두 보호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같다. 감시라는 말 자체에도 혹시 발생할 지도 모르는 범죄자로부터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관찰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전을 거듭한 기술은 이 보호와 감시의 간극을 멀찍이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CCTV가 아니더라도 각종 SNS와 스마트폰에 저장된 GPS를 통해 개인의 정보는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관리된다.

저자인 로빈 터지는 이러한 논란에도 정보에 목을 매는 이유는 정보가 곧 돈이고 권력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약국에서 임신 진단용 키트를 구입한 여성은 곧 아이의 성장과정에 맞춰 기저귀와 분유, 학교 입학 선물을 판촉하는 광고 메일을 받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사용자가 컴퓨터 앞에 앉는 것만으로 건강과 정서상태를 알려주는 기술까지 개발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의료용 기기로 둔갑한 감시기술이 문제가 되는 노동자를 사전에 해고해 건강악화 등을 이유로 소송이 제기되는 것을 막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 감시기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반문하고 있다.

저자는 또 이 감시 기술이 애초부터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감시기술은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오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멀리 돌아볼 것도 없이 지난해 정계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던 청와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도 그중 한 예다. 그러나 그 이후 일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책임자는 어떠한 처벌을 받았는지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청와대는 민간인 사찰을 그 전 정부에서부터 해오던 일이라는 변명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데 급급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책의 상당 부분을 구약성경에서부터 시작해 중세의 마녀 사냥과 근대의 공포정치를 거쳐 냉전시대 첩보전까지 '감시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안전과 자유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국가와 시장이 기술 통제의 고삐를 쥐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일상을 지킬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대영 기자 ryuchoha@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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