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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통찰하는 힘, 역사에서 나온다

2013-01-25기사 편집 2013-01-24 20: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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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 훤해지는 역사 남경태 지음 메디치·352쪽·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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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초밥왕'은 초밥 요리사인 주인공이 도전을 거듭하며 일본 최고의 초밥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묘사한 만화이다. 연재 당시 일본에서 1000만부 이상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러한 초밥왕 신드롬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차이에서 기인한다.

일본은 중화 문명권에 포함되어 있었으면서도 독자적인 소천하의 역사관을 형성했다. 일본인들에 있어 중국 황제의 위상에 비견할 만한 천황의 존재는 그들의 독자적인 역사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역사관은 일본 내 최고를 목적으로 하는 성공 스토리가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반면 한국은 박지성, 김연아 처럼 국내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사람들의 성공담이 대중을 사로잡는다.

일본이 닫힌 역사이고 우리가 열린 역사인 것도 사실이지만 일본이 주체적이고 우리가 사대적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으로는 사대주의를 벗어났을지 모르지만, 그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의 삶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261쪽)

역사가 E. H. 카아는 말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하루하루가 모여 자신의 인생이 되듯, 지나간 과거는 뿌리가 되어 오늘을 만든다. 오늘의 시사를 알기 위해 과거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역사·철학 등 인문학 여러 분야에 걸쳐 책을 집필하고 번역해온 저자는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48가지 시사의 이면에 숨겨진 역사를 다룬다. 자본주의, 혁명, 통일 등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굵직한 사건들과 이러한 사건들이 태동하게 된 배경에 주목함으로써 현실을 직시 할 수 있는 시야를 넓힌다. 더불어 명화를 곁들인 설명은 자칫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에 활기를 더한다.

저자는 동·서양의 차이를 조명하는데 많은 장을 할애하며 그 이면에 자리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동양은 오랫동안 인구, 경제력에서 서양을 앞섰지만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발발한 14~16세기를 전후해 전세는 서양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동양의 전통 문명을 굴복시키고 서양문명은 글로벌 문명으로 거듭난다. 동양은 서양보다 훨씬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와 안정된 사회를 일찌감치 이룩해 발전해왔으나 이는 사회의 틀을 바꾸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혁명이 부재한 역사'를 만들어냈다.

서양은 민주주의, 자본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제도와 사상들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역사 속에서 체화·발전시켜 나갔다. 반면 우리는 우리의 역사와 사회 속에서 토착적으로 성립한 제도가 아닌, 서양의 문물과 제도를 그대로 이식함으로써 사회 곳곳에서 가치관과 제도의 갈등이 촉발되고 있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위시한 서양의 제도를 수용하고 이를 국가 운용의 기반으로 삼은 이상 우리는 그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으며, 그 바탕에는 역사와 구성 원리를 되새겨 보는 과정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회의 다양한 부분이 영향을 주고받는 역사적 사실을 큰 틀에서 설명하기에 내용이 중첩되거나, 조금은 급진적인 저자의 의견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 사회를 통찰하는 생각의 궤를 넓힌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색을 펼쳐놓는 것과 같이, 역사적 사실은 역사가를 거치면서 생명력을 갖게 되고 더불어 의미를 갖게 된다. 튼튼한 뿌리를 가진 나무가 세풍에 흔들리지 않듯 올바른 역사가 우리의 바른 삶을 이끄는 원동력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성지현 기자 tweetyandy@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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