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최종편집일 : 2017-12-14 23:55

[대일논단] 지역문학 소통 공간 되기를 희망하며

2013-01-24기사 편집 2013-01-23 21:17:46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조도현 문학박사 한밭대 강의전담교수

전통사회에서 문학(또는 예술)을 보는 동양과 서양의 시각은 공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절대 진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인추방론'을 제기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특히 문학이 지니는 비합리성을 철저히 배격하였다. 그가 꿈꾸었던 이상 국가는 이성적 판단을 전제한 합리적 공동체였던 것이다. 동양의 경우도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글은 도를 담아야 한다'는 뜻의 '문이재도(文以載道)'는 문학의 교육적 의미를 강조하며 당대 사회의 윤리 의식을 중시하는 입장을 취했다. 더욱이 유교적 패러다임이 지배했던 조선조의 문학관은 이러한 사상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한 성격을 지닌다.

해석에 따라 다소의 이견이 있지만 적어도 근대정신이 싹트기 전까지, 문학에 관한 인식은 이처럼 국가 사회의 정치적 메커니즘에 종속되어 그 기능이 매우 제한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각종 글을 통해 자유분방하고 재기발랄한 개성으로 통렬한 비판정신을 보여주었던 최고의 문장가 연암 박지원조차도 문체가 경박하다는 이유로 성군이라 일컬어지는 임금 정조로부터 반성문을 요구받았다. 또한 이 사건과 같은 시기에, 소설은 당시 제도권 인사들의 우려와 비난 속에 백성들을 미혹케 하는 저급한 문학으로 폄하되었다. 동시대의 여러 정치적 역학 관계가 내재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문학의 독자성이 인정받지 못했던 구체적 증거이며, 경직된 사고의 표현이다.

세월이 흐르고 문학을 바라보는 생각이 전환된 시점에서, 현대적 개념의 문학은 이제 과거 사회에서 지향했던 공동체적 공익과 윤리를 넘어 개인의 삶과 관련하여 다양한 정서적 교감을 중시하고 있다. 문학을 접하면서 얻는 소통의 공감대는, 흥미와 감동은 물론 치유의 방법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제 문학은 기술의 진보와 대중문화의 발전으로 인해 활자 안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역동적인 방법으로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문학을 바탕으로 한 연극·영화·드라마 등의 장르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호응을 얻음으로써 문화 산업의 첨병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처럼 문학의 외연이 확대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문학은 지역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춘향전'으로 널리 알려진 남원의 경우, 이미 춘향과 관련한 여러 문화 사업을 통해 지역 이미지의 제고는 물론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음은 시사적이다. 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문화상품화 한 심청(전남 곡성)·홍길동(전남 장성) 같은 소설 속 캐릭터, 실존 문인인 한용운(충남 홍성)·서정주(전북 고창)·이육사(경북 안동) 등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문학관의 개관과 김유정(강원 춘천)의 명칭을 철도의 역으로까지 명명한 지역문학의 선양은 지역민들의 문화주권과 문화적 자부심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우리 지역 대전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드디어 우리 지역에도 문학관을 개관한 것이다. 대전에서 40여 년 살아 왔고, 문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용전동의 야트막한 동산 일각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소담하게 자리 잡은 '대전문학관'은 이 지역 문학의 역사를 한눈에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대전·충남은 물론 전국을 아우르는 문장가 우암 송시열과 서포 김만중, 역사가 단재 신채호는 물론, 대전을 대표하는 시인 정훈·박용래·한성기, 소설가 권선근·최상규 등 문인들의 숨결이 오롯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머들령을 지나 만인산에 가서도 정훈을 알지 못하고, 보문산 사정공원과 연정국악원(구 시민회관)을 방문하면서도 박용래와 한성기가 누구인지 반문하는 이 지역의 시민들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타 지역의 지인들이 대전에 방문하면 대체적으로 지적하는 두 가지가 있다. 우유부단하고 속내를 알 수 없는 충청도 기질과 근본 없는 문화적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표현에 미온적인 이 지역민들의 정서와, 뿌리가 약하다고 판단한 문화적 기반에 대한 냉소적 편견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런 사안을 가볍게 인정하고 마는 지역 정서의 현실이다. 자신이 터전으로 삼은 지역에서 그 지역을 더 경시하는 아이러니의 상황이다. 얼마 전 학술세미나에서 '대전문학'을 주제로 발표했던 한 선배 교수가 어려움을 토로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요컨대 일선에서 지역문학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오히려 자료 수집과 열람에 난항을 겪었다는 쓰디쓴 경험담이다. 세상에 알려지고 널리 쓰여야 할 자료들이 꽁꽁 싸매인 채 화석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대전문학관'의 개관을 계기로 이곳에서 지역문화의 고유성과 정체성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대전이라는 문화공동체의 소통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정원기자의 다른기사보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