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철 충남테크노파크원장

새해 벽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어 왔다. 충남테크노파크에 입주한 여러 기업들이 성장단계로 접어들고 있고, 올해 말까지 연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한 기업 4곳이 스타기업으로 거듭날 예정인 가운데 회원사 지원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역의 한 의료기기 전문기업이 상장 심사를 통과한 후 코스닥 등록을 목전에 두고 있다. 회원사 지원기업 중 코스닥 상장 기업 1호가 된 셈이다. 앞서 충남테크노파크에서는 에버테크노가 코스닥 상장 1호 기업으로 등극한 바 있다. 특히 이 기업은 충남테크노파크 원장 부임 이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기업 중 한 곳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 기업이 충남테크노파크의 문을 두드렸을 때만 해도 주요 거래처를 국내 종합병원에 국한하는 등 '개방형 혁신'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두지 않은 듯했다. 이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핵심기술의 역량과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였다. 따라서 이 기업이 보유한 핵심기술이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창출될 수 있도록 '개방형 기술혁신'의 접목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그 결과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 우수한 경력을 가진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다수의 국책 과제를 수행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성장단계의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 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이 기업은 '프리보드 녹색신성장동력 펀드' 제1호 투자기업으로 선정되어 연구개발을 위한 시설설비를 대폭 확충하는 등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인공관절을 국산화에 성공함으로써 연간 200억 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개방형 혁신'의 성공 모델 중 하나이다.

'개방형 혁신'에 대한 중요성은 이미 전 세계가 공감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IASP(International Association Science Park) Asia 2012 콘퍼런스'에 다녀온 바 있다. 이번 콘퍼런스의 주요 화두는 단연코 개방형 혁신이었다. 이번 콘퍼런스 발표 내용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글로벌 경쟁기업 간 연구개발 협력 사례였다. 전 세계 사이언스파크 관계자들 역시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개방형 혁신'이 필수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 항공우주기업인 보잉사는 외부와의 다양한 시험을 통하여 자산의 핵심 역량은 생산이 아니라 시스템 통합과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공동 부품 개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폐쇄적인 기업 내 R&D만으로는 더 이상 수익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던 것이다. 보잉사는 연구개발 자원을 시스템 통합 기술과 디자인에 집중하는 등 대부분의 부품을 아웃소싱함으로써 자사의 전체적 이익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P&G, IBM, 필립스와 같은 해외 글로벌 기업도 성공적으로 개방형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성과가 향상되고 있다.

이처럼 개방형 혁신을 도입하는 선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제품 서비스의 진부화가 촉진되고 새로운 가치 체계가 형성되면서 혁신적 사업 기회 창출을 위한 차별화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필자가 지역 제조기반 중소벤처기업들에게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진보하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격언이 있다. 계사년 한 해, 뱀의 지혜를 가지고 오래된 관행을 벗어던짐으로써,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한 해가 될지에 대한 선택은 제조 기업의 CEO에게 달려 있다.

물론 '개방형 혁신'이 모든 제조 기업에 적합한지는 조직 내부의 세밀한 진단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개방형 혁신'은 리스크 분담, 프로젝트의 병렬 진행, 유연성 등의 장점뿐만 아니라 조직의 유대감 저해, 비용과 시간의 증가 등의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의 열쇠는 산학협력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 충남테크노파크 졸업 기업 가운데 한 곳은 대학과 공동 연구개발 및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이 기업은 위기를 개방형 혁신으로 극복한 좋은 사례로, 한류를 넘어 명품으로 도약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3년 사회 전반의 새 바람과 함께 기업은 막중한 기대와 책임을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저성장을 돌파하는 첨병으로서 변화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기업의 시대적 소명이다. 실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차별화를 위해 몸부림치면서 혁신적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 제조 기업들도 이제는 차별화하지 않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며,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그 차별화의 방식도 남들과 다르게 가져야 한다는 점을 주지했으면 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찬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