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달라졌어요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옛 어른들은 온 가족들이 함께 먹는 밥을 준비하고 함께 먹는 과정을 매우 중요시 여겼다. 또한 그래서,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밥상머리 교육이 아닌 밥상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유아기는 평생을 살아갈 밑거름이 되는 두뇌발달과 신체발달이 대부분 이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엄마들은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좋은 식습관을 만들어 주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일 수 있을까? 채소나 몸에 좋은 음식은 거부하고 몸에 나쁜 음식이나 단 것만 끊임없이 찾는 아이의 식습관을 해결할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아이들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해 주기 위해서는 먼저 왜 아이들이 단 음식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단 맛을 좋아하는 근원적인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의 조상들의 삶의 환경과 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각종 맹수들로부터 수도 없이 공격을 받는 생활 속에서 살았다. 매 순간 생존 자체를 위협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 몸보다 훨씬 더 발달해 있었다. 온 몸의 감각으로 맹수의 존재를 발견함과 동시에 순간 모든 에너지가 집중돼 도망가기 위한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에너지는 인간의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받아들여 생존을 위해 비축해 놓은 것들이다. 그 외부의 물질이 바로 '단맛'이다. '단맛'은 칼로리를 의미한다. 단맛을 통해 생존해온 우리 조상들의 본능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유전자에까지 그대로 전해진 결과이다. 아이들이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단맛이 우리 몸속 세포를 살아 움직이게 해주는 에너지, 즉 포도당의 맛이기 때문이다. 진화적으로 인간에게 단맛은 에너지인 동시에, 생존을 보장해주는 '편안한 맛' 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로도 인간은 단맛을 내는 음식을 포도당이 들어 있는 음식이라 여겨 무조건 선호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공적인 단맛이 많아지고, 단맛을 인위적으로 더 강하게 조장하고 있는 지금 무조전적인 '단맛 본능'이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단맛의 노예가 되지 않게 키울 수 있을까? 일단 이유식을 할 때부터 단맛에 익숙해진 아기는 돌 이후의 유아식도 단맛만 요구한다. 따라서 이유식 재료를 고를 때부터 지나치게 단맛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점검해야 한다. 밥을 먹지 않은 경우, 과일이라도 먹으면 안심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천연 단맛도 그 양이 지나치면 밥맛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설탕의 섭취를 줄이는 방법으로 신선한 과일이나 천연 주스로의 대체가 좋고, 과자보다 과일이 좋지만, 천연 단맛도 단맛은 단맛이다.아이들이 싫어하는 채소나 엄마의 소원대로 밥을 몇 숟가락 더 먹었을 때, 동생과 장난감을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을 때 부모들은 사탕,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의 단맛으로 보상한다. 그동안 금지해왔던 단맛을 이럴때에는 관대하게 보상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이건 단맛을 보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금해야 한다. 지금 아이가 지나치게 단 맛을 좋아한다고 걱정하는 부모라면, 한 번쯤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 보길 바한다. 아무리 아이가 단맛 본능을 타고났다 하더라도 단맛 본능을 중독으로 키워갈지, 바람직하게 조절할 지는 아이가 태어나서 부모와 맺어가는 애착관계과 긍정적인 상호작용과 관련이 깊다. 부모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 식사 분위기는 아이의 식습관에 그대로 영향을 주게 된다. 오늘 저녁부터라도 아이와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아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

김세인 <동국대 유아교육과 석사·대전신영어린이집 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