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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광장] 뜨는 권력 지는 권력

2013-01-11기사 편집 2013-01-10 21: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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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명균 서울 정치부장 woomk21@daejonilbo.com

올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수은주가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폭설까지 겹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건 사고도 심상치 않게 뉴스에 오르내린다. 남의 일만 같았던 접촉 사고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계절의 특징이었던 3한4온 현상은 저 멀리 달아난 지 오래다. 민생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겐 가뜩이나 고통스러운 겨울이다. 자연의 이치이니 참아 내면서 동장군이 물러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충청권의 현안은 이번 겨울만큼이나 혹독했다. 충청권과 억하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주요 현안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지지부진하거나 제동이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푸대접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강력한 반발과 불평, 불만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충청권 민심을 올바로 읽지 못한 반작용이다.

복기를 해 보면 여러 가지 현안들이 있었지만 현 정부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은 충청권의 생각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명품도시를 만들겠다고 누차 강조했다. 충청권 곳곳을 돌며 러브콜을 보냈고, 충청권에선 표심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정권이 출범하면서 세종시에 대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행정도시 이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그중에서서도 세종시 수정안은 한마디로 압권(?)이었다. 이 대통령의 명품도시가 행정도시를 뺀 수정안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 충청권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그것도 충청권 출신의 정운찬 총리를 내세웠으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이제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충청권의 저항에 부딪혀 가까스로 수정안이 부결됐으니 망정이지 중앙 위주의 논리에 떠밀려 통과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가슴이 철렁한 일이다. 세종시에 정부부처가 순조롭게 이전되고 있는 지금 다행스럽고, 격세지감이 든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어떤가. 입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객관을 도외시한 주관적인 균형의 논리가 횡행하더니 결국 영남과 호남 등으로 갈렸다. 대덕특구의 과학의 집적도나 축적된 인프라를 감안하면 상식 밖의 결정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 문제는 현 정부의 시각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과학벨트가 국가적 과업이자 과학의 백년대계임을 고려할 때 국고 지원은 백배 지당한 일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 내내 발목을 잡더니 끝내 매칭 펀드 형식으로 막을 내리는 형국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관계자도 "현 정부에선 사실상 힘들고, 새 정부와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면서 "현 정부가 2월이면 끝나는 만큼 새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털어놨다. 현 정부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태안 유류피해 배상 문제도 지금의 정부에서 처리되지 못한 것은 자괴감마저 들 정도다. 5년이 넘도록 피해 어민들은 적절한 배상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데 지난해 말까지 활동이 만료된 특위에서의 결과는 별무소득이다. 1월 임시국회에서 특위를 재구성해 삼성 측과 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과연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과거 유류피해를 겪었던 미국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던 것과는 비교된다.

5년 동안 국정을 이끌었던 이명박 정부가 저물어 간다. 2월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국정 운영이 마무리 단계다. '지는 권력'으로 명명되면서 '뜨는 권력'으로의 이양만 남았다. 현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공과는 두고두고 나올 일이지만 충청권 현안과 '프렌들리' 하지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충청권의 눈'은 박근혜 정부로 향하고 있다. 충청권의 현안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에서의 소외감을 뒤로하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난다. 일단 외견상으로는 그렇게 척이 질 것 같지는 않다. 그의 행보나 대선에서 내세운 주요 공약이 이를 방증한다. 세종시의 경우 수정안 부결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 문제도 전향적이다. 도청 이전 지원 문제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렇다고 낙관할 만큼 주변 여건이 녹록지만은 않다. 각론적으로 들여다보면 세종시 관련 법안 처리나 과학벨트 국고 지원 문제는 반대 세력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박 당선인이 어떻게 난제를 풀어낼지 주목된다.

박 당선인은 약속과 원칙을 주요 모토로 하고 있다. 통치자로서 반드시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이런 대명제가 이번 대선에서도 크게 작용했음은 표심에서도 확인됐다.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충청권 현안 해결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앞으로 5년이 흘러 박근혜 정부가 끝나는 즈음에 현안들이 속시원히 해결돼 충청권과 '프렌들리' 했다는 평가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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