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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탕평 - 새 시대의 인사

2013-01-10기사 편집 2013-01-09 21: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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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지난 대선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지지율 50% 이상을 얻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반면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반대표가 48%나 되는 잠재적인 후폭풍 또한 남겨지게 되었다.

박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이나 그렇지 않은 국민이나 모두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신성한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한 민주시민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고, 어떠한 명분으로도 그 반대표를 던진 사람을 대한민국에서 버리거나 터부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박 당선인으로서는 자신을 반대했던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해야만 하는 대명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역대 선거와 같은 지역 간 갈등 이외에 세대 간 갈등까지 출현하게 되어 더더욱 국민통합이 절실히 요구되게 되었다.

과거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에는 당선인 측에서는 모든 것을 전리품 취급하듯이 다루면서 능력과 자질보다는 자신과의 연계성이라는 잣대를 주로 사용하면서 인사를 자행하였고, 자신의 세력을 절대선(善)으로, 기존의 세력을 절대악(惡)으로 단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 치명적인 과거 부정의 오류를 범하였다. 이러한 행태로 말미암아 국민과 시대에 적지 않은 혼란이 초래된 것 또한 사실이다.

국민들로서는 새롭게 탄생하는 권력에 대해 신선한 충격 이상의 기대를 하는 것은 당연하나, 당선인 측에서 이를 너무 의식하다 보니 자기만의 독선을 그리게 되는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박 당선인이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정치를 언급하면서 '탕평(蕩平)'을 강조하고 전문성이 뛰어난 인사 위주로 행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탕평이란 말은 '서경' 홍범조(洪範條)의 '왕도탕탕(王道蕩蕩) 왕도평평(王道平平)'에서 유래한 말이며, 유사 이래로 제왕의 지켜야 할 법도이자 제왕이 추구하여야 할 정치의 기본으로 여겨져 왔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제왕은 언제나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을 두루두루 살피어서 한쪽에 편중됨이 없이 공평무사를 견지해야 하고, 인사를 단행함에 있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냐 아니냐보다는 그 과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장 중시해야 하므로, 자기 쪽 사람이고 자기의 뜻을 잘 받든다고 해서 무조건 감싸서도 안 되고, 자기 뜻에 반하고 자기의 마음을 모른다고 해서 무조건 이를 물리쳐서도 안 되는 것이 제왕이 추구해야 할 탕평이다.

박 당선인이 현재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탕평의 뜻을 그대로 따라 인사의 대원칙을 세우겠다고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해 보이며 이러한 대원칙을 제대로 지켜나간다면 과거 정권들의 오류를 막을 수 있고, 반대 세력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러한 탕평이 실현될 때 우리 사회 내의 수평적·수직적 소통이 가능해져서 사회갈등에 따른 비경제를 제거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간 침체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국운을 다시 한 번 상승시킬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국민은 박 당선인의 이와 같은 초심이 계속 유지되어 대한민국에서 진정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의 장(場)이 열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박 당선인의 최근 인수위원회 구성과 관련하여 박 당선인 스스로 주창한 탕평에 다소 반하는 면이 일부 있다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부적절한 인사를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측면이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지금 역사의 궤도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으며 또한 우리에게는 다시 지난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을 여유가 별로 없기 때문에 박 당선인이 주창한 화합과 탕평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지평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며, 진정으로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싶다.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제왕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한(漢)고조 유방(劉邦)은 4년간에 걸친 초(楚)왕 항우(項羽)와의 전쟁에서 항우를 대파하고 천하통일의 대업을 실현시킨 후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다음 자신과 항우를 비교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여러모로 많이 부족하다. 나는 장량(張良)처럼 치밀하고 기묘한 책략도 쓸 줄 모르고, 소하(蕭何)처럼 행정을 잘 살피고 군량을 제대로 차비할 줄도 모르며, 그렇다고 한신(韓信)처럼 군사들을 잘 활용하여 전쟁에서 이기지도 못한다. 하지만 나는 이 세 사람의 능력을 제대로 살폈고 이들을 신뢰하여 이들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여 천하를 제패하였다. 반면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뛰어난 능력자인 항우(項羽)는 자신의 자질과 능력만 믿은 나머지 뛰어난 지략가이자 충성을 맹세한 범증(范增)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천하를 얻었고, 항우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려 스스로 생을 달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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