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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용규 칼럼] 국민수준 넘는 정치인은 없다

2013-01-10기사 편집 2013-01-09 21: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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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realist@daejonilbo.com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지 22일이 지났다. 비교적 평온한 정권교체기의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출범했다. 국민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정책·제도적 패러다임이 어떻게 될지 인수위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다. 그 시선에는 기대와 희망이 섞여 있기 마련인데, 서민 가장들은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고 자녀의 대학등록금이나 노후걱정을 안해도 되는 정도만 되어도 더 바랄 게 없는 마음일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 정도의 기대와 희망은 비교적 평범한 것으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간절하면서도 이루기 힘든 기원(祈願)이거나 목표가 됐다.

이와 함께 한 가지 기대와 희망을 더 보태는 이들도 있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겪을 변화가 예측 가능해지고, 보다 합리적이며 납득할 만한 단계를 거쳐 발전했으면 하는 것이다. 5년 단위의 대통령선거를 치를 때마다 이런 기대와 희망은 더욱 커진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가 좀더 이성적이고 선진적인 곳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심리가 섞여 있다. 과연 그렇게 될까. 이른바 '택시법'이라고 불리는,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킨 다음 무려 1조9000억 원의 정부재정 지원을 가능토록 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 통과를 보면 꼭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대선 직전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된 이 법안은 택시가 대중교통일 수 있는지를 의심케 하는 결함을 여럿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수단이 되려면 누구나 요금에 대한 부담 없이 탈 수 있어야 하며 정해진 노선과 시간에 일정하게 다녀야 한다고 지적한다. 택시는 이런 조건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다. 승차거부를 당하거나 바가지 요금을 씌운 택시의 사례를 듣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최근 폭설이 내렸을 때처럼 기상 상태가 나쁘면 도로에서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택시 기사들에게 월급제를 시행하는 택시회사도 드물고, 법인택시를 외부인에게 빌려준 다음 매달 일정액의 목돈을 받는 도급택시가 전국에 수만 대는 될 것이라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처럼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간주해 법안을 통과시킨 사례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라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에 열광해오곤 했지만 이건 오히려 창피해해야 할 일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가 낸 세금 1조9000억 원은 엉뚱한 곳에 퍼부어지게 된다. 이러고도 여야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못나간 외유를 나가느니 하면서 국회 예산을 거리낌없이 물 쓰듯 쓰고 있다. 청와대는 이런 택시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말지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월 대선에서의 표만 의식한 나머지 통과시킨 법안을 놓고 고민중이라니 듣는 국민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표 때문에 몰상식으로 일관한 법안을 놓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장고(長考)를 해야만 하는 특별한 배경이나 이유가 있는지 납득키 어렵다.

비슷한 케이스는 또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부활시키기로 공약한 해양수산부를 어디에 둘지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 중 해양수산부를 부산에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당선인은 이 공약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지금도 인수위에서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고 한다. 당선인 의사대로 결정된다면 서울이나 세종시가 아닌, 먼 곳의 항구도시에 설치하는 최초의 정부부처가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문제는 해양수산부를 부산 또는 인천, 목포에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만만찮은 목소리들이 제각기 나오다 보니 해양수산부를 세종과 부산 등지에 나눠 설치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이런 식으로 결정되면 빚어질 문제점은 치명적이다. 어느 정부부처이든 장관이 매일 보고받는 정보량은 만만치 않은데, 보고를 받으러 장관이 부산에 가든지 아니면 부산에 있는 간부들이 세종시로 올라와야 한다. 더욱이 해양수산부는 부처 성격상 국토해양부(전 건설교통부)와 수시로 협의해야 할 사항이 매우 많은데, 협의를 위해 들어갈 각종 비용 낭비는 언뜻 헤아리기 힘들다. 서울 여의도와 세종시가 138㎞ 떨어져 있어 불편이 크다고 들먹이는 이들은 많아도 이 문제를 지적하는 리더나 정치권 인사는 없다.

세금을 내는 국민의 눈초리를 진심으로 의식했다면 이런 일은 애초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보다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이성적인 사회가 되는 것은 이처럼 어렵다. 달리 보면 국민의 수준을 뛰어넘는 정치인은 없다는 말은 항상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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