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다르크(Joan of Arc at the Coronation of Charles VII, oil on canvas, 240×178cm, 1854)
잔 다르크(Joan of Arc at the Coronation of Charles VII, oil on canvas, 240×178cm, 1854)
앵그르(Ingres Jean-Auguste-Dominique, 1780-1867)는 프랑스의 화가, 스승 다비드의 뒤를 이은 신고전파로 프랑스 화단의 중심 역할을 했고, 나폴레옹의 궁정 화가,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 있던 전통주의 작가였다.

그는 뛰어난 소묘와 사진보다 더 극사실적인 표현으로 각광 받았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던 관능적인 여체의 곡선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여인의 몸을 길게 늘이고 왜곡시켰다. 18년간 로마에서 고전회화와 라파엘로의 화풍을 연구했다.

전성기 르네상스 회화와 브론치노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의 누드화에서는 마니에리스모 양식(르네상스 때부터 바로크의 과도기에 해당하는 1520년 경-16C 말에 걸쳐 로마·피렌체를 중심으로 서유럽 전체에 미친 예술 양식)의 영향이 뚜렷하다. 초상화가로서도 천재적인 묘사와 고전풍의 세련미를 발휘하여 많은 작품을 남겼고 역사화에 능했으나, 고국 프랑스에서는 그리 인정받지 못했다. 차분하고 투명하며 정교하게 균형 잡힌 그의 작품들은 선과 뚜렷한 윤곽, 미묘한 농담의 선명한 색채를 보여준다. 그의 영향은 드가, 르누아르, 피카소에게 미친다. 들라크루아와의 논쟁은 지금도 가끔 있지만 그 자신은 낭만주의적인 회화적 본능과 고전주의의 아카데믹한 원칙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었다.

그는 소묘 부분에서 미술 역사상 최고의 화가로 꼽힌다. 그의 예술에는 비례와 균형, 조화라는 고전적인 원칙들이 우아하게 담겨있다. 87살의 긴 생애를 마감하기까지 아름다움에 대한 그의 예찬은 예술혼으로 끊임없이 불타 올랐다.

샤를 7세의 대관식의 잔 다르크(Joan of Arc at the Coronation of Charles VII, oil on canvas, 240×178cm, 1854)는 샤를 7세의 대관식 광경을 그렸지만, 이것을 주제로 삼지 않고 잔 다르크의 영웅적인 모습을 부각시킨 역사화다. 전설적인 여인인 잔 다르크가 그림 중앙에 우뚝 서 있고, 그 뒤에는 사제와 신도들이 엄숙한 경배의 몸짓을 하고 있다. 딱딱한 금속 갑옷의 질감은 차가우면서도 단단한 이미지를 주고, 머리 뒤에 입혀진 후광은 잔 다르크의 이미지를 이상화된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앵그르의 여인 중, 이처럼 철저하게 몸을 가린 여인은 없다. 여인은 왼 손을 신에 대한 선서를 하듯 제단으로 보이는 곳에 얹고 있다. 단 위에 놓인 촛대와 여러 가지 성물들, 몸에 부착된 도끼, 칼, 철갑 마스크, 장갑 등의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다.

한편 그림 왼쪽 끝에 무관으로 묘사된 인물은 앵그르의 자화상이라고 전해진다. 배경의 짙은 색채로 인해 그녀의 고귀함과 분위기의 엄숙함이 강조된다. 왼쪽 하단에 놓여진 투구와 장갑은 곧 선서 뒤에 출정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영국군과의 일전을 앞둔 오를레앙(프랑스 중부 도시)의 성처녀는, 그 여느 나부의 몸매보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경건한 소녀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은 앵그르가 보여준 궁극적 승리의 여체이며, 가장 아름다운 여인상이 될 것이다.

현광덕 미술교육가·조각가·대전버드내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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