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달라졌어요

해마다 수십 명의 스포츠 꿈나무들이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된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소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대다수가 있다. 메달리스트가 되느냐 안되느냐를 결정짓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어린 나이에도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목에 건 김연아는 큰 경기에서도 대담함을 보인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당시 쇼트프로그램에서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의 바로 다음 순서였다. 먼저 경기를 치른 아사다 마오는 역대 기록을 뛰어넘는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바로 다음에 연기를 펼쳐야 했던 김연아에게는 엄청난 중압감이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관중보다도 의연했고, 놀라운 집중력으로 아사다 마오의 기록은 물론 자신의 기록까지 깨고 세계신기록을 달성했다.

김연아 선수가 보통 선수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다른 선수들보다 높은 정서지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은 위기의 상황에 맞닥뜨려도 잘 흔들리지 않는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상태를 불안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조절할 줄 안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정서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마치 농구 선수들이 농구공을 자유자재로 드리블하듯이 자기의 감정을 드리블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정서지능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서지능은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는 특별한 능력일까? 다행히도 정서지능의 30%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으며, 나머지 70%는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다. 즉, 70%의 정서지능은 주 양육자인 엄마에 의해 좌지우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어떠한 행동을 하고 어떻게 감정에 대처하는지를 관찰하면서 그것을 고스란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화가 났을 때 폭력적으로 물건을 부순다거나 술을 마시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화가 났을 때 대처한다.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모든 엄마들이 공들여 하는 일과 중 하나가 동화책 읽어주기이다. 아주 간단해 보이는 동화책 읽어주기에도 정서지능을 긍정적으로 자극하는 방법과 그렇지 못한 방법이 있다.

수지네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엄마는 심혈을 기울여 읽어주고 있지만 내내 수지의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엄마가 동화책 읽어주는데 뭐 하는 거야? 바르게 앉아야지. 그럴거면 동화책 안 읽어줄 거야." 수지가 자세를 바르게 앉자, 엄마는 계속해 책을 읽는다.

"아기오리는 엄마오리를 찾았지만, 엄마오리는 보이지 않았어요." 이때 수지가 불쑥 끼어든다. "엄마, 아기오리가 슬프겠다."

수지가 동화책 속에 그려진 아기오리의 표정을 보고 엄마에게 이야기 하지만, 엄마는 아무 대꾸 없이 계속해서 동화책을 읽어나간다.

또 다른 가정, 중기 엄마가 동화 '미운오리새끼'를 읽어주고 있다.

"엄마 얘 누구야?" "응, 하얀오리." "왜 울어?" "울어? 슬픈 것 같아? 다른 오리들은 다 노란색인데 왜 나만 하얀색일까? 그렇게 생각하나봐."

엄마는 중기가 관심을 보이는 것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엄마는 동화책을 읽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중기가 동화 속에서 관심 있어하는 것을 예민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진정으로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는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양육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보고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작은 실천으로, 오늘 저녁부터라도 머리맡에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자. "괜찮아.", " 다 잘될 거야.", "다시 해보자." 긍정적인 부모의 태도는 아이의 정서지능을 높여주고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해준다.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가 더 많은 사랑을 나눌 수 있다.

김세인<동국대 유아교육과 석사, 대전신영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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