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진섭 KAIST ICC 운영부장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는 국가적으로 새로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게 됨에 따라 기대와 희망을 이야기하게 된다. 특히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갖는 기대와 희망은 특별하기까지 하다. 이는 그만큼 이명박 정부에서 과학기술분야 종사자들이 갖고 있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이 크게 누적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의 해체로 시작된 현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은 교육 현안과 타 산업 등에 밀리면서 국가의 핵심과제에서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우려와 반성이 현실인식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계의 최대사업으로 추진되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은 지역선정을 두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의와 가치판단보다는 정치적인 차원의 치열한 지역 간 대립과 국론분열을 겪으면서 결국은 지역안배에 의한 나누어 주기식의 사업이 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새해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부지매입비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여 사업추진에 차질이 예상되는 등 정부의 사업에 대한 진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새로운 박근혜 정부가 이야기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와 'ICT전담조직'의 설치 문제는 과학기술계에 뜨거운 이슈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백가쟁명식의 다양한 주장과 논의가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쪽에서는 이러다가 혹시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서서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너무 기대와 희망을 갖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오히려 아니함만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분야 정부조직의 개편 문제는 현실의 문제를 타개한다는 관점보다는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와 이를 통한 국가발전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지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루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능과 역할을 너무 확대해 거대 부처가 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육성하고, 기초·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조정하며, 이를 주도해갈 핵심인력의 양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창조적인 융합의 촉진을 통해 신학문과 신산업을 발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부처가 되어야 한다.

정부부처의 개편과 아울러 과학기술분야의 거버넌스 구조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부출연(연)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생겨나는 조직마다 독립적인 운영시스템을 만들어감에 따라 교류와 협력 및 융합을 위한 기반이 미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으면서도 기관마다 운영되는 시스템이 다르다 보니 교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거버넌스 구조와 체제로는 거대 융합 국가 연구개발과 창조적인 연구개발이 활성화되기 쉽지 않으며 이는 곧 국가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분산·약화시킬 개연성이 높다. 또한 과학기술 현안에 대해 국가적인 효율성의 측면보다는 지역과 조직 및 분야의 이해관계에 따른 주장과 논리가 강조되기 쉽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학기술분야의 거버넌스 구조를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그리고 인력양성으로 소통·융합될 수 있도록 단순화하면서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분야별 경쟁력을 확대·강화할 수 있도록 공통기반의 운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과제임을 생각할 때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과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입장은 분명히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이제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 어젠다를 발굴하고 설정하게 될 인수위원들이 발표되면서 인수위원회의 구성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이해관계집단의 요구와 반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론을 들고나와 창업과 일자리, 중소기업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었고 이러한 공약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다른 정부 조직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면 5년 전처럼 이해당사자들이 반발하고 피로감만 쌓일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제는 새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방향성을 가늠하게 될 정부조직 개편이 어떻게 정리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논의과정에서 현장의 다양한 의견들이 잘 수렴되고 반영되어 과학기술이 도약·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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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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