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 광역화·신 거버넌스

대한민국의 중심 충청. 그러나 충청은 여전히 변방 취급을 받으며, '홀대론'이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배경엔 정부 수립 이후 계속된 중앙집권제와 수도권 집중화, 정권 획득의 향방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쉽게 말해 자의적인 아닌 타의적 환경 변화에서 기인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제 충청은 분권이란 세계적 정치행정의 흐름과 균형발전이란 명제 속에 진정한 국가의 중심이자 신 수도권으로 탈바꿈 중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세종시가 출범하며 충청권은 2시2도 체제로 확장되며, 바야흐로 한국의 신 성장 동력 권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 한국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충청권 상생 광역화와 신 거버넌스 구축'이란 화두가 제시된다.

지난 2007년 말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작은 중앙·강한 지방' '균형발전이 아닌 경쟁발전'을 통해 지방의 성공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앞서 참여 정부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지역 간 편 가르기와 하향평준화를 초래하고 있는 중앙정부 주도의 균형발전정책에 벗어나 지방이 주체가 돼 광역권 전체의 잠재력과 역량을 결집할 수 있도록 권역별 경쟁과 협력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지적했다. 강한 지방을 위해 현행 광역지자체의 범위를 넘어서는 초광역경제권 또는 거대지역경제권 구축(5+2 광역경제권)을 강조하고, 과거 행정구역 단위로 이뤄졌던 각종 SOC 및 R&D 투자, 클러스터 투자를 광역적 차원에서 재검토·재설계 하겠다고 역설했다.

5년 뒤 이 같은 약속은 수도권 규제 완화, 수도권의 낙수효과 실패 등으로 별무소용이 됐다.

김혜천 목원대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구축은 추진체계와 권역설정 등의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운성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원광희 충북발전연구원 기획조정실정도 "충청광역경제권발전위원회는 예산권이 부재, 사실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감을 표명했다.

현재 충청권 광역행정 추진 기구는 지난 2008년 5+2 광역경제권 구축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에 근거 설립된 '충청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와 지난 1995년 충청권 자치단체 관련 사무의 공동처리를 위해 설립된 '충청권 행정협의회' 등 크게 두 개로 구분된다. 이외 협의체로 '광역교통협의체' '과학벨트 충청권협의체' '충청권 경제포럼' '4개 시·도 기획실장 협의회' 등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충청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의 경우, 여러 지적대로 예산의 배분권과 집행권이 없어 정부-자치단체의 연결 통로 역할에 그치고 있고, 5+2 광역경제권 추진체계는 중앙부처가 관련 예산을 운영하며 사실상 배제된 상황이다.

충청권 행정협의회는 바람직한 설립 취지에도 불구 '협의기구'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외 모든 협의체도 협조사안 발생 시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그야말로 협의 수준이다. 한마디로 실행력이 담보된 기구가 단 하나도 없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세계 각국은 지방의 경쟁력 제고에 몰두, 지방 대도시권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과 이를 통한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수도권 등 일부 중심도시의 주택, 교통, 환경 등 각종 폐해로 인한 확장성 및 기능 등에 대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기존 대도시와 배후 지역의 기능적 연계라는 물리적 확장을 넘어, 차별화된 전문화를 통한 수평적 상호 보완 관계 이른바 '네트워크 도시'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협소라는 특성을 감안, 광역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국가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나아가 대전시는 행정관할구역을 초월한 국가균형발전과 혁신을 선도하는 중부권 거대 도시권을 형성하자는 제안까지 하고 있다.

'중부권 메갈로폴리스'로 명명된 이 제안은 도시의 양적 규모나 행정관리적 구분이 아닌 세종시-대전시-청추·청원-천안 등으로 연결된 하나의 네트워크형 거대도시권을 형성, 국가의 중추행정 및 과학기술의 전국적 영향력과 지배력을 갖는 제2의 수도권 형성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은 "중부권이 자립적 경제기반을 갖추기 위해 메갈로폴리스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으로, 다음 정부에서의 발전계획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충청권 내·외부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가적으로 현 정부의 광역경제권 중심의 신 지역 발전 정책과 통합적 거버넌스 관리는 주지하다시피 대부분 무위로 끝났고, 충청권의 경우 수도권 규제 완화 등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충청권 내부적으로도 그동안 충청 외적인 현안에선 '공조'를, 안으론 '분열'의 양상이 지속되며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전시가 제안한 지방은행 설립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4개 시·도는 설립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충남·북 등의 신중론으로 답보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충청권을 둘러싼 급격한 환경 변화와 광역화-대도시권 중심의 거버넌스든, 물리적 확장이든-란 명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절실함, 지방분권 등으로 인해, 4개 시·도는 진정한 한 울타리가 돼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졌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 충청권은 △세종시,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건설 △도청이전특별법 개정 및 도청이전 부지활용 국책사업 추진 △청주국제공항 경쟁력 강화 추진 △보령-울진 간 동서고속도로 건설 △서울-세종고속도로(제2경부고속도로) 조기 건설 △충청권 철도 조기 착공 △충청 기호유교문화권 종합개발 △충청권 국방과학산업 클러스터 조성 △충청권 레이저응용기술 산업기반 구축 △대전-세종-강원권 연결 고속화도로(충청내륙고속화도로) 조기건설 △대통령-시도지사 국정협의체 법제화 등 11건을 제시했다. 대부분 과거부터 거론돼 왔던 사업으로, 일각에선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낡은 사안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 시·도가 이 같은 해묵은 사업들을 또다시 건의한 것은 각 사안들이 충청권 광역화의 밑거름이 되는 중요한 현안이고, 충청권의 공조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충청은 이제 국토의 중심을 넘어 국가의 중심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제고할 성장 동력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전은 과학벨트의 거점으로서 국가 기초과학 발전의 허브로, 세종은 중앙 행정기능의 중추로, 충남은 서해안 발전의 핵심으로, 충북은 국가 바이오생명산업의 메카로 각각 자리매김 하고 있다.

충청권의 광역화와 신 거버넌스 구축은 4개 자치단체를 아우르는 숙명이며, 지역 발전은 물론 국가 발전을 위해 반드시 실현돼야 할 최우선 사안이란 '사실(fact)'이 여기에 있다.

우세영 기자 sy6262@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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