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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아듀! 2012

2012-12-31기사 편집 2012-12-30 21: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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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한 해의 시작과 끝은 사람이 만들어낸 기준일 뿐, 12월 31일의 태양과 1월 1일의 태양은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 때마다 매듭을 지어보는 것은 역사적 관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경제지표로 보았을 때 2012년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는 2% 이하의 안정세를, 실업률도 3%를 넘지 않았고, 경상수지 흑자만 해도 4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2%를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셋값은 크게 올랐고,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서민 얼굴에 주름살은 더 깊어졌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두 개의 큰 선거를 치르면서 올 한 해 내내 우리 국민은 유권자로 제대로 대접받는 한 해였다. 여야 불문하고 복지, 경제민주화, 일자리 등등 말잔치가 이어졌고 대통령 후보들의 말대로만 된다면 앞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고 중산층이 될 것 같아 즐거운 한 해였다.

정치사회가 좀 들떠 있어 그랬는지 경제는 침체인데도 거리에는 차로 빽빽하고 사람들은 분주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두고 지나칠 정도로 긴장해서 온 국민이 참여하는 짜릿한 빅쇼, 빅게임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으니 국가적으로는 비싼 선거비용이 들었지만 역시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고, 민주주의가 왜 필요한지를 절감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사회적으로 보면, 학교폭력에 지친 학생이 자살을 하는가 하면, 어린아이를 성폭행하거나 살해하는 등의 잔인한 사건들이 이어졌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 싸늘한 주검 상태에서 며칠 넘게 방치되는 일이 벌어졌고, 노동자 몇 분은 새해를 기다리지 못하고 연말에 목숨을 버리기도 하였다. 게다가 들어보지도 못했던 화학물질이 누출되어 온 동네를 죽음의 땅으로 전락시키기도 했고, 좁은 국토에 촘촘히 자리잡은 핵발전소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고장나고,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가짜 부품으로 핵발전을 하고 있는 등, 아노미적 징후 같기도 한 사건 사고가 이어지면서 온 나라를 스산하게 만들었던 한 해였다. 경쟁에는 항상 이긴 사람이 있으면 진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이긴 사람은 환호하겠지만 진 사람은 절망할 수 있다. 패자부활의 기제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우리 사회는 계층 간 지역 간 이념적 갈등에 이어 세대 간 갈등으로 반목과 질시가 끊이질 않고 오히려 증폭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압축적인 경제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사회통합은 이루지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결책으로 획일적인 보편적 복지를 전면적으로 한다 해서 계층 간에 벌어져 있는 대협곡을 모두 메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적 민주화라는 예리한 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다면 황금을 나눠가지는 것이 아니라 거위고기 한 번 먹고 말 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 국가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저성장의 늪은 한 번에 탈출하기 힘든 깊은 수렁이고, 설사 그 늪에서 빠져나온다고 하더라도 저출산 고령사회라는 큰 강을 건너야 한다. 참으로 고된 민초들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12월 21일은 마야의 기록에 의하면 인류 종말의 해라고 하여 외국에서는 다소 불안해하였다고 하지만, 별일 없이 2012년을 마무리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보여 주었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영광의 순간 순간, 전 지구를 말춤의 도가니에 빠지게 하였던 가수 싸이의 함성, 동계 올림픽 이후 긴 공백을 뚫고 불멸의 아름다운 선율을 보여 주었던 김연아 선수 등 우리 국민 모두는 희망을 보았고 환희의 순간을 함께했다. 변변한 천연자원 하나 없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오늘날과 같은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던 한 해이기도 했다.

대내외적인 환경을 볼 때, 지난 5년이 그리 녹록하지 않았던 것처럼 앞으로 5년도 그리 낙관할 수 없고,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양극화 등의 갈등 대부분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다. 더욱이 과거 50년 전과 달리 리더십이 바뀌었다고 해서 쉽게 변할 수 있는 단순한 사회도 아니지만, 새로운 대통령을 중심으로 희망과 용기, 그리고 인내를 가지고 복잡하게 꼬여 있는 현실의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면 과거 우리가 그래왔듯이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은 대한민국이 온 국민이 잘 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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