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달라졌어요

 김세인 <동국대 유아교육과 석사·대전신영어린이집 원장>
김세인 <동국대 유아교육과 석사·대전신영어린이집 원장>
외국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 할아버지가 멀리 외출하면서 아이에게 자신이 없는 동안 키우던 말을 돌봐줄 것을 부탁했다. 말을 유난히 좋아했던 아이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그런데 밤이 되자 말이 아프기 시작했고, 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말에게 아이는 밤새 찬물을 먹이며 돌봤다. 하지만 아이의 지극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말은 다리를 쓸 수 없게 돼버렸다.

여행에서 돌아온 할아버지는 아이를 나무랐다. "말이 아플 때 찬물을 먹이면 안 된다는 걸 몰랐느냐?" 아이는 대답했다. "몰랐어요. 하지만 제가 그 말을 얼마나 사랑 하는 지 아시잖아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잠시 침묵한 뒤 이렇게 말했다. "얘야,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아는 것이란다."

아무리 낳고 키운 부모라도 자녀가 뭘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을까?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를 사랑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의 젊은 엄마들은 온갖 광고 속에 나오는 값비싸고 유명한 교구로 아이의 놀이방을 꾸며주고, 소위 '정보력 빠른'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수업에 아이를 참여시켰을 때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결코 뒤처지지 않아"라며 뿌듯함까지 느낀다.

하지만 이는 부모의 욕심일 뿐. 정작 우리 아이들은 늘 부모의 사랑에 배고파하고 관심에 목말라 한다. 맞벌이를 하거나 혹은 충분히 육아 공부를 하지 않은 현대사회의 부모들은 늘 육아에 지쳐있다.

"이건 뭐예요?", "이건 왜 그래요?" 처음 부모는 아이의 이러한 요구에 대답을 곧 잘해주지만, 끝없는 아이의 주문에 점차 무성의해지기 마련이다. 다른 일을 하면서, 혹은 눈은 다른 곳에 향한 채 아이에게 입으로만 "응, 그래" 식의 단답형 대답을 해주며, 아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 10분이라도 눈을 맞추며, 오롯한 시간을 자신을 위해 집중해주는 것을 원한다. 이럴 때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고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올 해 21개월이 된 남자아이는 얼마 전 동생이 생겼다. 동생이 태어나자 엄마는 육아 때문에 아이에게 소홀해졌다.

아이가 놀이를 하다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며, 함께 놀자고 요구했지만, 엄마는 동생에게 우유를 먹이며 "엄마가 조금 이따 놀아줄게"라고 이야기하며 아이와의 시간을 차일 피일 미뤘다.

또한, 아이가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신호를 보내도 엄마는 재빠르게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어느 날부터 아이는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엄마"라고 부르게 됐다. 아이가 느끼기에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엄마보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알고 마음을 헤아려줬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아는 것, 그것은 많은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5분에서 10분으로, 10분에서 15분으로 조금씩 조금씩 아이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다 보면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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