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선·구름·바다 동적 처리 배경에 삼원색 사용 효과 강렬 독창적 작품 미술사 큰획 그어

 절규(The Scream : The Cry of Nature 91×73.5㎝ 마분지에 유화, 템페라, 파스텔. 1893)
절규(The Scream : The Cry of Nature 91×73.5㎝ 마분지에 유화, 템페라, 파스텔. 1893)
에르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는 노르웨이의 화가, 판화가다. 의사 아들로 태어났으나 아버지는 성격이상자였다. 불행하게 어머니와 누이를 일찍 여의었으며 자신은 병약했다. 1890년 파리에서 일본 목판화에 끌리고, 피사로. 로트레크, 고갱, 고흐에게 매료된다.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나치는 퇴폐예술이라는 이유로 그의 그림을 몰수했다. 현재 고국에서는 국민화가로 칭송받는다. 그의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화가 자신이 목적했던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이시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우리가 숨기고 싶은 감정의 내면세계를 묘하게 들쑤시며 감성을 뭉클하게 만든다. 인간적인 본능의 심연을 파헤치는 그의 힘은 그림을 바라보는 이들의 내면세계를 어지럽힌다. 인간이 갖는 욕망과 질투, 우울, 슬픔, 고독의 감정들을 그는 반복해서 되뇐다. 그의 삶은 고독과 절망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그는 작품 한 점이 팔리면 똑같은 소재의 작품을 재제작했다. 현재 뭉크 미술관이 그의 전 작품을 소장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의 말년은 비참했다. 신경쇠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분열을 앓던 그는 싸늘한 작업실에서 심장마비로 80살에 죽었다. 그의 유언에 따라 유화 약 1100 점, 판화 약 1만8000점, 드로잉과 수채화 4500점, 조각 6점, 스케치북 92권과 편지, 수많은 석판 원틀 등을 시에 기증했다. 뭉크 미술관은 탄생 100주년이 되던 1963년에 개관했다.

절규(The Scream : The Cry of Nature, 91×73.5㎝ 마분지에 유화, 템페라, 파스텔. 1893)는 유령같은 인물이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입을 크게 벌린 채 공포에 질려 절규하는 실존의 고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전율하며 양손을 얼굴에 대고 있는 이 인물은 화면의 아래쪽에 위치하여 정면으로 관객을 향하고 있다. 그의 해골 같은 얼굴에는 공포에 찬 절규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흘러나온다. 배경 화면의 구성을 대담하게 사선으로 처리하였으며, 얼굴선의 동적인 처리와 빨강·노랑·파랑의 삼원색에 맞추어진 배색 등으로 형식적인 면에서 더욱 강렬한 효과를 나타낸다. 피와 같은 붉은 하늘의 구름, 멀리 보이는 바다, 그 자신의 몸도 내심(內心)의 동요를 반영한듯 큰 파도처럼 꿈틀거리는 선으로 표현한다. 또 현실공간조차 환상의 환영을 바라보는 듯한 충격을 준다. 하늘·땅·다리는 절규의 메아리로 온통 휘감겨 있다. 섬뜩한 외침이 화면을 떠나 긴 반향을 남기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통하여 미술사의 흐름에 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의 작업노트는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친구 둘과 거리를 걷고 있다. 해가 지고 있다. 하늘이 핏빛으로 붉게 물든다. 그때 나는 심하게 우울을 느낀다. 나는 멈춰 섰고 너무나 피곤해서 난간에 기댄다. 흑청색의 피오르드와 도시 너머에는 불로 된 피와 혀가 걸려 있다. 내 친구들은 계속 걷지만 나는 불안에 떨며 멈춘다. 그리고 자연을 통해 울리는 커다랗고 끝이 없는 비명 소리를 느낀다". 그는 인간의 내적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강렬한 색채와 형태의 왜곡, 율동하는 듯한 선 등의 표현 방법을 사용했다. 우리는 뭉크를 통해 한 개인의 우울과 우리 시대의 '그 어떤 개인도 시대와 동떨어져 살 수 없다는…'우울을 발견한다.

현광덕 미술교육가·조각가·대전버드내초 교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