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련 무용가

무용은 몸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성장발달은 물론 어린이들의 예술적 감성발달의 가장 기초가 되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의 예술적 감성과 상상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인 무용공연 관람등급이 보통은 8세(초등학생) 이상이지만, 이러한 관람등급이 36개월 이상, 5세 이상으로 낮아지는 시기가 있으니 바로 연말 가족공연 때다.

대전시립무용단 기획공연 '춤으로 그리는 동화'가 12월 5일(수)~8일(토) 4일 동안 10회 공연 36개월 이상 관람 가능으로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이 12월 7일(금)~9일(일) 3일 동안 4회 공연으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춤으로 그리는 동화'는 올해로 10년째 지속되고 있는 대전시립무용단의 대표 기획공연으로 올 연말에는 세계명작동화(미녀와 야수, 안무 이강용)와 우리 전래동화(콩쥐 팥쥐, 안무 김수경) 두 편을 무용화하여 무대에 올렸다. 전석 2000원으로 10회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되는 바람에 티켓을 구하지 못한 엄마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던 공연이다.

다행히 '춤으로 그리는 동화' 앙코르공연이 내년 봄에 예정되어 있다는 무용단 홈페이지 소식이 있으니 올 연말 공연을 놓치신 부모님들은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겨울발레의 꽃 '호두까기 인형'은 해마다 겨울이면 고정 레퍼토리로 가족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측은 개관 이래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호두까기 인형'을 노보시비르스크발레단, 국립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벨라루스 국립발레단 등 국내외 유명 발레단을 초청하여 공연하고 있다. 올해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동화책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영상과 함께 만들어진 무대는 환상적이었고 화려하고 신나는 춤으로 가득했으나 설명적인 1막은 필자에게 살짝 길게 느껴졌다. 재미있게도 가족 무용공연인 두 공연의 객석 풍경은 같은 듯 달랐다.

12월 초에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와 폭설은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힘들게 하였지만 관객들의 호응은 두 공연 모두 뜨거웠다.

'춤으로 그리는 동화' 공연은 어린이 단체 관람이 80% 이상 차지하는 듯 보였다.

인솔하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줄을 지어 극장에 들어오는 모습부터 공연 내내 무대와 객석이 쌍방향 소통하며 웃고 대화하며, 마지막 피날레엔 무용수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함께 악수하고 사진 찍으며 하나로 동화되는 공연이었다. 반면 대표적인 클래식발레인 '호두까기 인형'은 자녀를 대동한 가족 단위 관객이 50% 이상으로 보였다. 클래식발레가 주는 법도와 엄격한 형식미, 화려한 의상과 고도의 테크닉, 눈부신 무대장치는 공연 자체를 아주 화려하게 이끌며 무대와 객석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었다.

필자는 객석의 관객이 참여해서 함께 만들어 가는 공연과 철저하게 관람자의 입장에서 관망하는 공연을 며칠 간격으로 만났다. 틀림이 아닌 다름의 공연은 각각 고유의 맛을 지니고 있다.

다만, 부모와 아이가 함께할 때 어떠한 문화·교육적 경험일지라도 어린이들의 정서적 체험은 더욱 깊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 내 자녀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서 따뜻하게 전해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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