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지방부 부국장 tjkhk@daejonilbo.com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했던 유행가 가사는 후렴구에 나타나듯 '향수를 달래려고 하는 말'이었다. 어머니와 누이가 기다리고 양지 바른 선산이 있는 고향을 못내 그리워하는 반어법이다.

고향을 늘 가슴에 담고 타향살이를 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층에게서는 향수의 정서를 검색하기 힘들다.

아파트 숲에서 태어나 동무를 사귈 틈도 없이 이리저리 부평초처럼 이사를 다녔던 세대에게 고향의 의미를 물어본들 무엇하랴.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가사가 딱 들어맞는 시대가 됐다. 굳이 들여다봐야 할 고향이 없는 요즘 사람에게는 지금 등을 붙이고 사는 곳이 가장 소중한 삶의 안식처이자 고향이다.

상당수가 고향의 무사안녕보다는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희로애락하는 거주지에서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 사견을 갖게 되고 주변과 생각을 교류한다. 교류는 지역 공동체로 확산돼 하나의 여론이 형성된다.

주민은 왜 우리지역만 눈을 치우지 못해 길이 얼어붙는지, 왜 서울의 도시철도는 전동차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지는데 대전 도시철도는 역사에서만 되는지 개선책을 제시할 수 있다. 생각의 공유는 자연스럽게 출신지역에 관계없이 현재 살고 있는 터전에 대한 애착으로 번진다. 수도권에 사는 충남 연기 출신 출향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신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한 이유도 지금 누리는 터전을 더욱 아끼고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지역의 여론이 정치성을 띠면 좀 더 도발적이 된다. 지역민은 대전이 광주보다 인구가 더 많은데 국회의원 의석은 적은지 의문을 갖고 꾸준히 이의를 제기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권이 주류를 형성하지 못하고 캐스팅보트만을 움켜쥐고 쥐꼬리만한 행세를 하려는 것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유권자수만 봐도 충청권의 열세를 쉽게 알 수 있다. 19일 치르는 18대 대통령선거의 유권자수는 4046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충청권은 대전(118만여명), 세종(8만7000여명), 충남(160만여명), 충북(123만여명)을 합쳐 410만여명으로 총 유권자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경기도 936만여명, 서울 839만여명 등 수도권이 전체 43.8%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다. 영남권은 부산 (291만여명), 대구(199만여명), 울산(88만여명), 경북(218만여명), 경남(261만여명) 등 전체 유권자의 26%에 해당하는 1050여만 명이 막강한 투표권을 행사한다.

다수결로 따지면 충청권은 수도권이나 영남권을 뛰어넘을 재간이 없다. 특히 충북의 열세가 안타깝다. 충북은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인구가 158만여명으로 대전시와 비슷하고 수부도시인 청주시는 66만여명에 불과해 천안시의 추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충청도의 정치적 운신은 더부살이 신세를 면치 못한다.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중핵도시를 건설해 인구유입을 유도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다행스럽게 지난 몇 년 사이 충청도의 기류를 살펴보면 몇몇 호재가 나타나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세종시 출범, 청주·청원 통합, 오송 지역의 급부상, 경제자유구역 예비지정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청주·청원 통합은 충청지역세 발전의 필연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간 청주는 청원에 도넛 형태로 갇혀 질적·양적으로 발전하는데 한계에 직면했었다.

2014년 출범하는 청주 통합시는 충북에도 100만이 넘는 도시의 탄생을 예고한다. 통합시는 일단 83만 명으로 출발하지만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전망한 인구추이를 보면 2015년 85만 명, 2020년 98만 명으로 100만 도시를 앞두고 있다. 도시계획과 인근 도시와 궁합이 맞아떨어지면 메트로폴리스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충북도는 청주·청원통합시가 대전시와 세종시, 천안·아산 등과 융합을 이뤄 정치·경제·행정적으로 신수도권의 한축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합 청주시에는 KTX오송역과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과학단지,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미래성장동력이 밀집돼 있다. 2050년까지 50만 명의 인구가 유입되는 세종시의 행정수도 기능이 활성화되면 대전시의 연구기능과 통합 청주시의 미래성장동력이 가세해 상당한 인구유입 효과를 발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충북의 경제자유구역이 실현돼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면 신수도권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대전과 세종시, 청주통합시, 천안·아산 등 신수도권 인구가 조만간 4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때부터 대한민국 정치의 균형발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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