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byun806@daejonilbo.com

대통령 선거는 철저하게 승자독식이다. 투전판에는 개평이라도 있지만 선거판 패자는 국물도 없다. 전부 아니면 전무(aii or nothing)다. 선거에서 2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선거운동기간 동안 쏟아 부은 노력의 대가는 하나도 건지지 못한다. 허망하기 짝이 없는 게임이 아닐 수 없다.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돼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력을 측근들과 함께 독식한다.

올 대통령 선거도 일주일 후면 막을 내린다. 12월 19일 밤이면 어김없이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될 것이다. 대선 시계가 그렇게 맞춰져 있다. 새 당선자는 곧바로 인수위원회를 꾸리고 조각(組閣)작업에 착수하는 등 정권인수 준비에 돌입한다. 사실상 대통령으로서 권한 행사가 시작되는 셈이다.

대통령이 권한이 미치는 범위는 실로 막강하다. 행정부와 공공기관의 인사권 행사는 물론이고 민간 기업까지 눈치를 볼 정도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고위직 인사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수천 개는 족히 될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대선을 어느 한 세력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대통령 당선을 판가름하는 칼자루는 국민이 쥐고 있다. 국민의 손에 의해서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 경영을 책임질 새로운 정치권력이 탄생되는 것이다. 새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및 문화창달 등 헌법이 정한 책임과 의무를 빈틈없이 수행해야 한다. 법치주의 확립과 갈등해소, 경제 회생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대통력의 책무다.

대통령은 시대정신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과거 대통령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렇다. 초대 대통령은 이승만을 선택했다. 일제의 압제에서 독립한 나라의 첫 지도자는 독립투사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던 산업화 시대에는 박정희 대통령을 뽑았다. 가난을 극복한 지도자와 독재자라는 평가의 양면성은 있지만 말이다. 민주화 열망은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을 연 이어 탄생시켰고, 노무현 대통령은 양 김(金)이 닦은 민주화 고속도로에 권위주의 타파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금융위기로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자 국민은 경제를 살릴 대통령으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그 시대의 시대정신 쏠렸기 때문이다.

12월 19일의 선택은 중요하다. 대통령 선거가 승자독식인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가볍게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요모조모 살펴보고 꼼꼼하게 따져본 후 찍어야 한다. 과거 대선과는 다르다. 독립운동가, 강력한 지도자, 민주투사 등 국민의 선택을 좌우할 거대 담론이 사라졌다. 단지 국민의 선택이 곧 시대정신이 될 수 있는 선거다. 과거 독립투사나 민주투사처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중 누구를 꼭 찍어야 하는 어떤 멍에나 굴레도 없고, 동정표를 줘야 할 이유도 없다. 단지 보수정권을 연장 할 것이냐, 아니면 진보로 교체할 것이냐의 시대적 명제만 유권자 앞에 놓여 있다. 두 후보가 새 대통령이 되면 국민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도 중요한 선택조건이다. 새 대통령의 임기 5년이 선진국 진입과 삶의 질 향상 등 대한민국의 총체적 미래를 담보하기 때문이다.

대선이 6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맏판 선거전이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후보들은 가용할 수단을 다 동원해 '올인'을 하고 있다. 마주 바라보고 돌진하는 기관차처럼 '치킨게임' 양상마저 보인다.

선거는 언제나 최선이 될 수는 없다. 그러면 차선이다. 차선은 보다 덜 나쁜 사람을, 비교 우위에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투표는 구국이고 애국이다. 국권을 상실했을 때는 독립운동이, 전쟁 중에는 총칼들고 싸우는 것이, 독재정권 시대에는 민주화 투쟁이 애국하는 길이었다. 오늘날의 애국 중에는 투표만큼 확실게 없다.

나 '하나쯤' 심리에 빠져서 기권을 하면 안된다. '나 하나쯤 투표 안해도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텐데' 또는 '내가 투표 해봤자 내가 지지하는 후보 떨어질텐데'하고 기권해서는 안된다. 나 하나쯤 하고 투표를 하지 않으면 내가 바라는 후보가 떨어지고, 내가 바라지 않는 후보의 당선을 돕는 것과 다름이 없다. 엉뚱한 결과에 5년간 후회를 한다는 것은 아픔이고 고통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나 하나쯤' 심리가 발동해 투표는 하지 않는 행위는 애국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공공의 적'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