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균 신성제일감리교회 목사

너희는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세상의 관심이 온통 쏠려 있는 요즘 대통령 선거는 물론이거니와 갈수록 투표율이 떨어지는 국회의원 총선거,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중대한 결정을 앞두면 늘 떠올리는 성경의 구절이다.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확신하는 기독인에게 있어서 강림절기인 이즈음의 의미는 설혹 기독인이 아닐지라도 전 세계의 명절로 정착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 그대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설레는 축복의 시기이다. 그러기에 나라를 구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선택이 투표로 나타나는 선거 참여를 호소함이 불필요한 곡해로부터 자유롭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여러분은 지지하는 후보를 결정했나. 만약 그렇다면 그 선택의 계기가 자신의 지역, 또는 종교 등에 따른 불합리한 영향으로부터 단연코 자유롭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를 한 번쯤 되돌아보길 바란다. 솔로몬의 지혜를 입에 달면서도 현실에 있어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와 환경에 따라 이기적인 판단을 함으로써 대승적인 견지에서 선택해야 하는 중차대한 일을 그르친 경험이 없었는지를 겸허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각자가 믿고 있는 종교의 여하를 떠나, 살아감에 있어서 상당한 경우 특정한 멘토를 통해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순종하는 삶을 살기도 하고,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는 언제나 멘토의 역할을 다해주는 하늘문감리교회 이기복 감독을 잊을 수 없다. 특히 감사함은 영적으로나 물적으로나 언제나 적극적인 후원을 주시는 하늘과 같은 열린 마음이다. 그러한 마음을 따라 10여 년을 지속해온 소록도 방문활동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밖에도 일일이 열거하기엔 벅찰 정도로 너무도 많은 고맙고 소중한 분들과의 만남이 있었고 또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확신한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기에 삶이 다할 때까지 그러할 것이고, 지금 당장의 만남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누군가 재치 있게 말씀하신 "황금보다 소중함은 지금이다"라는 말씀의 공감이 크다.

심금을 울리는 명작의 한 구절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는 삶도, 오랜 고행을 통해 스스로의 깨우침에 따른 삶도, 평범한 일상의 연속인 범부의 삶도 모두가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책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구절보다는 현장에서 보이는 실천하는 모습이, 깨달음보다 현실에서의 행동이,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 알고 지내던 이웃의 남모를 선행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던 감동이 더욱 빛나 보일 때 우리 사회는 참으로 살 만한 세상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연말에 들려오는 자선냄비 종소리가 크리스마스 캐럴보다 더욱 크고 아름답게 들림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자선냄비가 특정한 종교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아끼던 용돈을 주저함 없이 냄비에 넣는 고사리손에게는 그닥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소외된 지역의 독거노인의 추운 겨울을 외면할 수 없어 연탄마련 비용을 쾌척하고도 부족해 고지대로의 연탄배달이 어려움을 알고 손수 연탄 나르기 봉사에 나서서 구슬땀을 흘리는 얼굴에 묻힌 검은 흔적은 성탄 트리보다 빛나는 아름다움이다. 노숙자 무료급식을 위한 분주한 손길이 고급 뷔페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과 비교될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행동과 실천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이제는 더욱 중요한 행동과 실천을 해야 할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점심시간에 흔히 보이는 이른바 맛집이라 불리는 소문난 식당 앞에 길게 줄지어 있는 모습도 좋지만 투표장 앞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선 투표행렬을 보고 싶다. 그들의 머릿속에 지연과 학연 등의 과거와는 단절된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가득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냉철함으로 우리의 미래를 행복하게 가꾸어갈 후손들을 그리는 마음으로 충만했으리라 믿고 싶다.

정치인은 미워하더라도 정치 자체는 외면하지 않고 투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에서 나라와 의를 구하는 일이 시작된다. 참된 하늘나라는 이상향에 있기보다는 우리가 살아 숨쉬는 이 땅 위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올 한 해의 수고에 감사하고, 아픔이 있다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연말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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