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미 금산우체국장 인터뷰

"충청지역 최초의 여성 우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여성 기관장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직장 동료를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먼저 길을 밟고 나선 선배로서 후배 여성 사무관이 5명이나 배출되는 것을 보고 물러나게 돼 보람도 큽니다."

충청지방우정청 최초의 여성 국장으로 명예로운 퇴임을 앞둔 임종미(58·사진) 금산우체국장을 만났다. 1972년 서대전우체국을 시작으로 40여 년을 우정업무에 몸담은 그는 퇴임을 앞 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동안에 에너지가 넘쳤다. 그래서 동료 직원들로부터 '여자 두목'이라는 웃지 못할 애칭도 얻었다.

지금은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가 입사했을 초만 해도 여직원들은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때였다. "누가 결혼한 뒤에도 일을 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지만 계속 일을 하고 싶었어요. 다른 직원들이 인사말처럼 '어? 결혼했다며, 그만둔거 아니었어?' 하고 물어볼 때마다 쑥스럽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부끄러움까지 느낄 때도 있었지만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버텼죠."

사무관 승진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독하게 마음 먹고 몇 달간 서울 신림동 고시촌 생활을 했다. 넷이나 되는 아이들을 도맡아 키워주며 공부에만 전념하라고 응원해 준 같은 우정 공무원 남편의 내조 덕분이었다.

그는 "남편은 계룡대 32사단 내에서 근무할 때 사단장에게도 기죽지 말라며 기관장의 자부심과 태도에 대해 멘토가 되어줬다"며 "그런 남편 덕분에 남자 못지 않은 털털함으로 무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술자리도 피하지 않고 어울리며 친분을 쌓아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차근 차근 조직생활을 이어가면서 차츰 여성 특유의 강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에는 충청지방우정청 청양우체국장으로 부임했고 그가 제안한 '청양고추 택배사업'이 히트를 치면서 경영평가 1등급을 달성하는 등 전국 우정청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청양에 고추가 나는 철이면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찾아오는데 손이 무거워지는 게 싫다며 빈손으로 돌아가기 일쑤였습니다. 우체국 택배를 이용해 보내주는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고 대박을 쳤죠. 그 뒤부터 기관장으로서의 자신감도 붙게 됐습니다."

'감성경영'으로 대표되는 뛰어난 CS 능력도 그 만의 자랑거리다. 매일 아침이면 직원 한 명 한 명과 눈 마주치면서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고 고객에게도 성큼 다가가 단골로 만드는 매력을 갖췄다.

그는 "퇴임한 뒤에도 한 동안 아침이면 무심코 출근 준비를 하게 되지 않을까 벌써 걱정"이라며 "그래도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평을 들으며 공직을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참 기쁘다"고 말했다.

오정연 기자 pen@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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