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최종편집일 : 2017-12-11 23:55

[데스크 광장] 내포신도시 성공조건

2012-12-07기사 편집 2012-12-06 21:19:03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내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이 강 식 지방부장 lksnek@daejonilbo.com

충남도청이 약 90㎞ 떨어진 내포신도시로 본격 이주하게 되면서 기대감보다는 아쉬움과 불만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현재 충남도청 인근 대전 중구 등 원도심은 도청이 빠져나가면서 공동화로 인한 슬럼화가 우려된다고 아우성이다.

도청 이전이 몇 년 전부터 예고돼 있었던 만큼 괜한 죽는 소리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대전시청의 둔산 이전으로 한번 경험했던 터라 마냥 흘려들을 수 없는 노릇이다.

충남도청 공무원들도 속내는 매한가지다. 내포신도시가 주거·교육 등 정주여건이 미흡하다 보니 이사 가기가 내키지 않는다. 급기야 일부 여성공무원은 내포신도시로 가기를 포기하고 명예퇴직을 택했다. 명퇴 주이유가 누구보다도 귀한 자녀 육아였던 만큼 고민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맞벌이 여성공무원이야 정 어려우면 퇴직할 수도 있지만, 외벌이 남자공무원들은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충남도에서도 내포신도시의 현실과 공무원들의 애로를 감안, 당분간 대전과 내포신도시 간 셔틀버스를 운행키로 했다.

그런데 이 셔틀버스는 홍성·예산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있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홍성·예산지역 부동산거래 경기가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 도청 공무원을 겨냥해 완공된 수백 개의 원룸 등이 입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고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의 매매·전세 호가가 약보합세로 돌아서 원주민들의 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자 도지사가 직접 나서 간부공무원들의 내포신도시 이주 등 솔선수범을 강조하고 나섰다.

충남도가 내포신도시로 도청을 이전하면서 벤치마킹한 전남도청 이전 신도시인 전남 무안군 남악신도시도 사정은 매한가지였던 것 같다. 7년 전인 2005년 이전 직후 허허벌판에 도청 건물만 덩그러니 서 있어 공무원들이 점심때면 가까운 목포 등지로 나갔다 오는 진풍경을 연출했고, 광주에서 출·퇴근하다 눈이 많이 온 날 아침에는 제시간에 출근을 못해 업무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

또 이주 7년이 지난 현재 남악신도시 인구가 약 2만5000명으로 늘었지만 대부분이 목포에서 이주해와, 인근 지역에서 공동화를 유발한다며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한 자치단체 간 갈등으로 신도시 개발이 삐걱거리는가 하면 이해관계에 따라 독자개발에 나서 난개발마저 우려된다고 한다. 명품도시 조성은 고사하고 난개발에 따른 기형적인 신도시가 조성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여서 급기야 무안반도 지역 통합 논의가 다시 점화되고 있다고 한다.

무릇 도시란 사람들이 살기 좋아야 한다. 일하기 좋고 살기 편하고 또 안전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고 놀이를 하며 사람다운 가치를 찾는 곳이 도시이기 때문이다. 서구의 신도시는 좀 다르다. 프랑스 파리 서쪽에 있는 미래도시 '라데팡스'는 모든 자동차도로를 지하에 건설, 교통사고의 위험이 없어 책을 읽으면서 거리를 걸을 수 있다.

미국 텍사스에 있는 국제적 관광도시인 '샌안토니오'는 도시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산책도로 '파세오 델 리오'가 가장 큰 매력이다. 수심 1m도 안 되는 인공의 강을 끼고 길이 꾸불꾸불 뻗어나가고 있고, 여기에 알맞게 오르내리게 하여 자연스럽고도 인간적인 입김이 감돌게 되어 있는 것이다.

영국 런던으로부터 기차로 3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있는 웨일즈의 뉴타운에 있는 주택단지들은 모두 전망이 좋고 양지바른 언덕바지에 자리 잡고 있다. 어린이들의 통학도로는 자동차 길과는 별도로 안전한 곳에 마련되어 있다.

프랑스에서는 교외에 주택단지를 건설하겠다면 병원, 학교, 탁아소, 소방서, 경찰서, 도서관, 교회, 은행은 물론이요 우체국, 식료품점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설 일체가 걸어서 최고 5분 거리의 반경 안에 있지 않으면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내포신도시가 서구의 신도시처럼 이상적으로 조성될 수는 없지만 남악신도시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남악신도시처럼 홍성·예산주민들도 도청 이전이 결정되자 처음에는 낙후된 지역에 꿈만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러나 원도심 공동화 가속 등 허와 실이 드러나는데다 지역별로 얼마만큼의 수혜가 있을지를 따지게 되면서 소 지역주의에 의한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내포신도시가 명품 도청소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우선 잠재적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지역과 지역, 이주 공무원과 원주민 등 사소한 앙금이 갈등의 큰 불씨가 되지 않도록 상호 교류하며 소통하고 신도시 성과를 고루 나누는 등 불만이 없도록 해야 한다.

충남도는 빠른 신도시 조성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7년이 지난 현재 남악신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