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에 미래있다] ⑪ 행복한 일터 사업단

 사회적 기업 '행복한 일터 사업단' 직원들이 100% 우리밀을 재료로 한 고급빵을 만들고 있다.  빈운용 기자 photobin@daejonilbo.com
사회적 기업 '행복한 일터 사업단' 직원들이 100% 우리밀을 재료로 한 고급빵을 만들고 있다. 빈운용 기자 photobin@daejonilbo.com
대전 서구 장안동에 자리잡은 행복한일터사업단(대표 유병흔·이하 행복한일터)은 중증장애인들이 빵과 쿠키, 참들기름 등을 제조하는 사회적기업이다. 10여 년에 달하는 장애인 직업훈련 노하우를 기반으로 100% 우리밀을 사용해 만든 빵과 쿠키는 지난 해 말 문을 연 건강카페 국민생활관점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탄탄한 사회적기업으로 자리잡아 더 많은 중증장애인을 고용하고 더 나아가 그들의 자립을 꿈꾸는 행복한 일터를 살펴봤다.

◇장애인 보호작업장으로 첫 발을 내딛다=사회적기업 행복한일터(대표 유병흔)는 2000년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한터`로 출발했다. 2005년 식품제조·가공업체 행복한일터를 개업하며 장애인 직업훈련과 보호, 고용까지 담당하는 장애인보호작업장으로 전환했지만 제품 생산에 따른 판로 개척이 시급한 과제로 다가왔다.

더 많은 중증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고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보다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유병흔 대표는 이런 과제를 사회적기업 인증을 통해 해결했다.

2011년 7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고 같은 해 12월 건강카페 6호점을 개점하면서 제품 홍보와 마케팅 분야를 강화하며 자연스럽게 매출도 향상됐다.

사회적기업 인증과 함께 고급스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강조한 `브라운핸즈`(Brown Hands)라는 브랜드도 탄생했다.

이전에 대량으로 유통업체에 납품하기 위해 만들었던 저가상품에서 탈피해 100% 우리밀 등 좋은 재료로 많은 고가 상품도 개발해냈다.

현재는 수년간의 훈련으로 기능이 뛰어나게 향상된 10명의 중증장애인들이 매일 작업장에서 빵과 쿠키, 참들기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유 대표는 "재료 배합 등 전문적인 영역은 전문제빵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그 외에 단순 성형, 굽기, 포장 등 훈련에 의해 익힐 수 있는 부분들은 매우 숙련된 솜씨로 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별화된 품질과 적극적인 홍보로 승부=행복한일터가 생산하는 제품들은 시중에 판매되는 유명브랜드 제과제빵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우선 몸에 좋은 재료만 사용한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행복한일터의 대표 상품은 육군훈련소 등 군부대에 납품하고 있는 쌀 케이크로 일반 제과점과 차별화된 부분이기도 하다. 빵과 쿠키도 100% 우리밀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좋은 재료로 건강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미 행복한일터는 직접 운영하는 건강카페 뿐 아니라 일반 카페 등으로 빵과 쿠키를 납품하면서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행복한일터는 제품의 맛과 질 뿐 아니라 디자인과 홍보, 마케팅 등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브라운핸즈라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려 유명브랜드 못지 않는 브랜드파워를 확보해야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자생능력과 지속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브라운핸즈라는 상호만 보고도 제품을 설명할 필요없이 행복한일터의 제품과 자연스럽게 연관되고 질 좋은 제품으로 인식될 정도로 알리는 것이 목표"라며 "우리 브랜드가 활성화되면 창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화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자립 위해 지속적인 노력=장애인 자립의 최고단계는 직업을 갖는 것이다.

직업을 갖고 돈을 벌 때 이들도 남들처럼 맛있는 것을 먹고 예쁜 옷을 입고 여행을 다니거나 편리한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이 일반인과의 경쟁을 통해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 일반고용을 실현시키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행복한일터는 이들에게 넉넉한 급여를 보장하는 일반고용을 제공할 순 없지만 조금이라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는다. 실제로 행복한일터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직접 상품을 만들어내고 돈을 번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감과 우월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유 대표의 설명이다.

유 대표는 "장애인 생활시설에 있는 것보다 매일 작업장에 일하러 오는 것을 더 큰 즐거움으로 삼는 이들이 많다"며 "몸은 불편하지만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자신감을 갖기 때문인데 정부나 지자체가 다양한 장애인 고용제도를 마련해 장애인들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자립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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