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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곧은소리] 안철수의 정치실험

2012-12-04기사 편집 2012-12-03 21: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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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경부장관 UN환경계획 한국부총재

대통령을 꿈꾸었던 무소속의 안철수 씨가 후보 등록 며칠을 앞두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 도중에 후보 포기를 선언하였다. 한국정치의 대개혁을 주장하면서 기성정치의 쇄신을 담보로 입후보하고자 했던 그의 뜻이 좌절된 것이다. 그의 뜻이 5년 뒤로 유예될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실종될 것인지 아직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의 중도포기가 정권교체를 위한 살신성인(殺身成仁)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물거품으로 사라질 것인지도 아직은 가시적이지 않다.

다만 민주당은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안씨를 자기네 당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새누리당은 이 기회에 안씨의 후보 사퇴가 민주당의 구태에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각시켜 득표에 도움이 되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그러나 과연 민주당은 애걸복걸하여 안씨를 끌어들이는 것만이 승리의 길일 것이며 또 새누리당은 안씨의 사퇴를 민주당의 구태에만 그 책임을 떠넘긴다고 해서 안씨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있을 것인가? 결코 그렇지는 않다고 보여진다.

언론에서는 안씨를 두고 '간철수'라는 별명으로 호칭하는 것을 본다. 이 '간'도 보고 저 '간'도 보아가면서 행보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해되었다. 어떤 경우에도 확고한 자기 주관이 없이 이쪽 생각과 저쪽 생각을 짜 맞추어 자기의 생각인 듯이 말하는 사람쯤으로 생각하고 그런 별호를 붙인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본다면 그는 폭넓은 역사의식이나 옹골찬 국가의식으로 무장한 채 정치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정치에 입문한 사람이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그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기성정당이 선출해준 후보자 못지않은 지지율을 오랫동안이나 기록하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순전히 기성정당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에 따른 반사적 지지였을 뿐 안씨 개인에 대한 지지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안씨가 민주당 후보인 문재인과의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면서부터 그에 대한 인기가 삽시간에 하락한 것이 바로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보면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의 상대였던 안씨가 왜 자신에 대한 화끈한 지원몸짓도 없이 중도포기했는가에 대한 자신의 반성이 모든 것에 선행되었어야 했다. 그런 선행절차 없이 무조건 안씨를 등에 업고 당선만 노리는 형국은 문 후보 자신의 궁핍한 모습만 국민들에게 보일 뿐이다. 그렇게 해서 당선된들 제대로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어떤 면으로 보면 안씨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보여진다. 기왕에 정치쇄신을 주창하는 것으로 입지를 굳혔다면 정치권 전체를 상대로 했어야 옳지 않았나 싶다. 여당은 쇄신의 대상이고 야당은 동지적 관계인 것처럼 그 관계를 설정하고 나니까 단일화 논의가 시작된 것이고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니까 자신에 대한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처음부터 단일화 논의 없이 '안철수는 안철수의 길'로 한눈팔지 않고 앞으로 달려갔다면 아마도 민주당이 먼저 백기를 들고 안씨에게 달려갔을는지도 모를 일이었다고 보여진다. 설혹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 하더라도 안씨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 무소속으로 그 정도의 돌풍을 일으킨 역사는 정치사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추진했던 정치가 어떤 것이었나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에는 성공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바로 '안철수다운 안철수의 정치'를 선보이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과 같은 결론은 결국 구태정치와 다를 바 없다는 인상만 남기고 말았다고 여겨진다.

이제 안철수 씨는 'STOP'이라는 말로 그의 진로가 설정될 것으로 보여진다. 우선 먼저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말 그대로 stop이다. 이것이 내공(內攻)의 시작이다. 그 다음에는 think다. 깊은 사색으로 자기를 성찰해야 할 것이다. 뒤따라야 할 것이 observe다. 지도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랫동안의 경험과 경륜이 쌓인 뒤라야 입지(立志)를 할 수 있는 특수영역의 인간활동 무대다. plan은 맨 마지막의 몫이다.

어떤 이는 "정치는 살아 있는 동물과 같다"고 했다. 필자는 여기에 곁들여 "정치는 고양이와 같다"고 말한다. 고양이는 누워 있는 자리가 편하면 한없이 순한 가축이지만 조금만 불편하면 키워주는 주인에게까지도 사정없이 그 사나운 발톱으로 할퀴고 지나간다. 이런 본질을 모르고 함부로 정치한다고 팔을 걷어붙일 일이 아니다. 정치실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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