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CEO를 만나다 - 조회영 천일콘크리트 대표

갑작스럽게 기업 경영에 나서면서 기업을 어떻게 키워보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당장 하나하나 배우는 것이 중요했고 부족한 일손을 스스로 메워가며 버틸 수 밖에 없었다.

조회영<사진> 천일콘크리트 대표는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천일콘크리트를 공장과 특허, 최신 생산설비, 업계의 신뢰까지 두루 갖춘 기업으로 성장시킨 여성CEO다.

조 대표는 "처음 사업에 뛰어들 당시 차로 직원들 출근을 돕고 직원 식사를 준비하는 일까지 1인 5역을 담당해가며 일을 배웠다"며 "영업도 직접 해야했는데 아무런 인맥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려니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시작한 일이었지만 현장을 살뜰히 챙기며 모든 일에 직접 나서다 보니 어느 새 제품과 생산설비에 관해서도 전문가가 됐다.

처음에는 제품이 어떤 재료와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지 조차 알지 못했던 그가 직원들의 도움으로 주요 제품의 자동화 생산설비를 개발해 특허까지 취득할 정도로 베테랑이 된 것이다.

영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제품에 관해 완벽하게 알고부터는 기관이나 건설업계를 상대로 영업에 나설 때도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그가 여성CEO라는 이유로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제품 질에 대한 자신감과 두 세 번씩 도전하는 끈기로 신뢰를 쌓았다.

내부적으로는 철저하게 제품 품질을 관리하고 신속한 AS를 추구한 것도 업계의 신뢰를 얻는 발판이 됐다.

조 대표는 "지금까지 천일콘크리트 제품에서 큰 불량이 발생하거나 제품이 잘못됐다는 평가를 받은 적은 없다"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AS를 제공하며 고객 신뢰를 최우선으로 삼은 결과 거래관계를 15년 이상 지속해온 업체들도 있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조 대표는 그 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고객이 비규격 제품을 주문하더라도 언제든지 생산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천일콘크리트를 지역 동종업계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접목시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조 대표가 다양한 네트워크 모임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타업체 견학이나 세미나, 교육 등에 끊임없이 나서는 이유다.

지난 7월 발족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충남지회의 감사직도 맡고 있는 그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그 동안 기업을 경영하면서 두루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충남지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싶다"며 "충남지회의 신입회원들도 누구나 빠짐없이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푸근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똑같은 조건에서 영업을 하더라도 남성기업에 더 많은 신뢰를 주는 업계 분위기가 개선됐으면 좋겠다"며 "여성기업 남성기업 구분없이 제품의 질로 승부할 수 있도록 똑같이 대우하는 사회 분위기가 마련돼야 더 많은 여성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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