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호 건양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지난 21일 오전 중국인 리팅팅 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방송과 신문은 앞다투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위해 해야 할 일과 1000명 시대의 명암 등에 관한 기사를 쏟아냈다.

관광산업은 누구나 동의하듯이 외화 획득, 고용 창출, 연관 산업 발전, 국가 이미지 제고 등에 도움이 되는 고부가가치산업임에 틀림없다. 세계무대에 뒤늦게 등장한 우리나라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 대국이 된 것은 국민 모두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양과 질, 지속적 발전 가능성 모두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난 성과는 물론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라는 국가적 경사가 우리 고장 대전·충남에도 파급효과를 미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관광산업이 지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자면 관광객 중 특정 국가 편중이 심하다는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중국과 일본 관광객 비중이 전체 외국인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물론 이는 지리적 위치 혹은 한류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지만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 유치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다음으로 지적할 문제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이 40% 정도로 낮다는 것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재방문율이 60%를 상회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볼거리 부족, 관광 인프라의 부실, 서울 중심의 관광지 편중 현상 등이 일조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안고 있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자면 턱없이 부족한 호텔 수를 예로 들 수 있다. 서울의 호텔 객실 수는 세계 주요 도시 중 101위이고 방콕의 호텔 객실 수는 서울의 3배를 넘는다고 한다. 숙박 문제 말고도 바가지 상술과 가격표시 미비와 같은 쇼핑의 불편함, 가격과 메뉴를 확인하고 누구나 거리낌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의 부족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광 혹은 여행에서도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즉, 내국인 출국자 수도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 경험을 통해 외국 여행지에서의 배울 점과 불편한 점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여행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 숙소와 식사 문제이다. 숙소의 경우 최고급 호텔부터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이를 온라인 정보로 제공해야 한다. 식당의 경우도 일본이나 유럽처럼 입구에 메뉴판과 가격을 외국인들이 알아보기 쉽게 게시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대중교통과 거리안내 표지판이다. 서울의 경우는 지도와 교통정보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지만 지방의 경우는 정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모든 문제는 '내가 외국인이었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역지사지하는 마음만 있으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볼거리가 풍부해야 한다. 우리가 외국에 가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이 그 나라 고유의 전통과 관련된 것이다. 외국인들도 가장 한국적인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에서 매력을 느끼고 그것을 체험해보고 싶어 한다. 과거에는 고급식당에서 우리 스스로도 당당하게 내놓지 못했던 김치가 이제는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의 대표음식이 되지 않았는가.

여행지와 관련된 스토리텔링도 관광의 좋은 소재가 된다. 많은 관광객들은 이탈리아의 소도시 베로나에 와서 줄리엣의 발코니를 로미오의 심정으로 올려다본다. 프랑스의 작은 해변도시 세트에서는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를 읊조리게 된다. 많은 일본인 관광객이 남이섬에 와서 욘사마를 만나고 가고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이 '강남 스타일'의 진원지인 강남을 찾는 것도 스토리텔링의 성공적인 사례이다. 강원도가 '이외수 아바타 강원대작전'을 전개한 것도 또 다른 차원의 스토리텔링이 될 것이다.

관광공사가 발표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100'선에 대전이 들지 못한 것은 서운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하거나 두 손 놓고 관광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최근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다녀간 성공적인 축제들도 대전·충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